디카시 우수상
캘거리한인문인협회는 한인 이민 사회에 대한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한국문학을 통해 정서 순화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또한 신춘 문예를 통하여 문학인을 발굴하고 있다. 알버타주의 작가 등용문인 캘거리 한인 문인협회에서 2024년 신춘 문예 수상자를 발표했다. 2024년 신춘문예 수상자 명단 *우수상 김형진/ 시 부문 <주차타워 안의 비둘기 가족> 장현숙/ 수필 부문 <마음속 풍경 하나> 안병희/ 디카시 부문 <변신은 무죄>
*장려상 이한빈/ 시 부문 <레시피> 전재민/ 시 부문 <시간 속에> 이지윤/ 수필 부문 <국밥에 소주> 이한나/ 디카시 부문 <생명> 최병순/ 디카시 부문 <추억 소환>
<심사평> 그동안 전례 없는 최다 작품이 응모되어 심사위원들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시 부문, 수필 부문, 소설 부문, 디카시 부문에 응모하였으며 대체로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들이 역력히 엿보였다. 응모작품 시 부문 우수상 김형진 <주차타워 안의 비둘기 가족>은 삭막한 도시의 주차장, 천장 구석에서 자연과 본능에 순응코자 추위와 분투하는 비둘기 엄마! 새끼들의 생사 여부도 모른 채 저자와의 시선만 찬 바닥에 깔렸다. 수필 부문 우수상 장현숙 <마음속 풍경 하나>는 자연의 순리에 적응하다 생명의 순환에 부응하지 못하고 쓰러진 살구나무와의 사랑 교환, 애틋함이 가슴 깊이 따뜻하게 자리 잡은 풍경화가 그려지며, 인간과 신을 연결 지어 주는 살구 열매의 사랑이 돋보였다. 디카시 부문 우수상 안병희 <변신은 무죄>는 각박한 삶의 걸음을 결국은 꽃으로 피워내는 의지가 돋보였다. 시 부문 장려상 이한빈 <레시피>는 아픔과 슬픔은 도려내고 그리움과 희망을 버무려 첨가된 양념으로 사랑을 승화시켰다. 행복을 기원하며 다가올 심오하고 확실한 소금을 투여한 사랑이 되었다. 1연에서 자르면서 잘라버려야지, 2연에서 씻어서 씻어 버리고가 중복되었으며, 3연에서 그리고는 생략하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시 부문 장려상 전재민 <시간 속에>는 빙하와 꽃과 수돗물의 계곡 비약적인 상상력이 분출되었다. 단편적인 묘사에서 흥미가 보충되었으면 한다. 수필 부문 장려상 이지윤 <국밥에 소주>는 달달한 삶의 단편을 쏠쏠하게 풀어주었다. 약간의 반전과 갈등이 가미되었으면 한다. 디카시 부문 장려상 이한나 <생명>은 탄생의 길을 힘겹게 헤치고 돋아난 희망이다. 디카시 부문 장려상 최병순 <추억 소환>은 맛나게 변신한 곡식에서 솟아난 엄마의 향기다. 수상자 모두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내며, 앞으로 캘거리 한인 문인협회 회원으로서 더 좋은 작품으로 왕성한 활동을 기대해 본다.
장려상은 별도의 기사로 처리했습니다.
시 부문 장려상 작품 (이한빈)
<레시피 (소고기 무국)> 이 한빈
소고기를 준비해야지 중요한건 자르면서 아픔과 슬픔도 잘라버려야지
다음엔 무우를 씻어서 외로움과 슬픔도 함께 씻어버리고 나박나박
기쁨만 남은 소고기 희망으로 기득찬 무우 너에 대한 애정을 담은 참기름 조금 너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국간장 한 스푼 그리고 설레임으로 다져진 마늘 한 스푼 내 마음에 넣고서 달달 볶아줘야지
모든 재료가 사랑으로 무르익어갈 때쯤 투명하고 맑은 애정을 담은 생수를 부을꺼야
다시금 우리의 사랑이 다시 뜨거워질 때쯤 잊지말고 약간의 애교를 담은 송송파 투하
기대해 이제 거의 다 됐어
마지막으로 행복이 담긴 소금으로 우리의 사랑의 간을 맞추면
너와 나만을 위한 사랑의 소고기 무 국 완성
너에게만 줄꺼야 나의 사랑을 듬뿍 채워서 사랑해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도록 *시 부문 장려상 이한빈 수상소감 작게 시작한 상상이 끄적임이 되고, 하나의 낙서가 되어서 시라는 이름으로 포장을 해봤습니다. 너무나 초라한 낙서 하나에 큰 관심을 주셔서 부끄럽고도 감사합니다. 앞으로 좀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낙서쟁이가 되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 부문 장려상 작품 (전재민)
<시간 속에> 전 재민
빙하가 천년 침묵을 깨고 말을 한다 꽃이 지면 열매 맺듯 블루베리 나무 어린 생명 아가 꼬물대는 손가락처럼 손짓을 한다 시간은 사람들이 만든 굴레 산에 사는 나무도 꽃도 빙하도 그저 같은 순간 함께 할 뿐 누구도 강요하지 않고 계곡에 물이 흐르듯 오래돼서 닳아 버린 수도꼭지에서 계곡 소리를 낸다.
*시 부문 장려상 전 재민 수상소감 나는 시를 쓸 때 쉽게 쓰려고 노력한다. 쉽게 쓰지만 시를 감상하고 나면 뭉클한 감동이 있기를 바란다. 시도 사람이 쓰는 것이고 사람 사는 세상을 다룬다. 좀 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시가 기여 하기를 바라면서 저의 모자란 작품을 선정 해주신 캘거리 한인 문인협회 회원분들께 감사드리고 함께 문학 활동을 할 수 있어 기쁘다. 글은 혼자 쓰지만 문학 활동은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것이다. 세상에 소금이 되는 문학인이 되었으면 한다.
수필부문 장려상 작품 (이지윤)
국밥에 소주 (이 지윤) 남편은 한국에서 대학교도 다녔고 짧게나마 직장생활도 해봤기에 직장인들의 퇴근 후나 회식문화를 좀 안다. 그럴 때 마다 등장 하는게 국밥에 소주 인데, 난 그 숱한 음주생활을 해왔어도 성인으로썬 한국에 살아 본적이 없으니 그걸 못해봤다. 국밥도 흔하진 않았지만 소주를 곁들이기엔 그렇게 쉽지만은 않기에… 마침 한번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해보자고 하던 그 다음날, 재택 근무하는 남편과 외출할 기회가 생겼고, 점심을 같이 할 시간이 생겼다. 남편과 나는 아이가 없이 외식 할 일이 생기면 종종 국밥을 택한다. 한식 별로 안 좋아하는 남편과 국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내가 공동으로 좋아 하는게 국밥이기도 했고, 국밥 집엔 우리 아이가 먹을만한 메뉴가 별로 없음으로 국밥 집은 점심으로 둘이서 외식 할때만 가는거로 암묵적 정해져 있던 터다. 국밥 집에 간다고 정하고 “나 소주 마실거야.” 라고 말하자 남편이 긴장한다. “이 낮에?” “응” “알류 오케이?” 라고 물었지만 미친거 아니냐 란 뜻 일거다. 가뜩이나 난 지독한 와인파 이기에… 소주는 아마 몇 년에 한번 마실까 말까 하는 것이다. 기왕 낮술이니 내 취향 와인을 마시고 싶긴 하지만, 내가 느끼려는건 그 ’국밥에 소주‘ 바이브 기에… 국밥집 들어 갈때까지도 남편은 내 눈치를 살핀다. 너무 굳은 의지로 난 이 한국 사람많은 “부산”에서 ’국밥과 소주‘를 할 것이라 했으니 이 와이프는 대체 왜 이런데서만 이렇케 굳은 의지를 보이는걸까 싶었을거다. 남편과 국밥을 하나씩 시키고 소주를 시킨다. 주문 받던 웨이터는 아무렇치도 않았을테지만, 바닥 좁은 이민생활로 뼈가 굳은 나는, 이 시간에 소주 시키는 이상한 아줌마라고 소문나진 않을까, 누굴 만나게 되진 않을까 내심 걱정이다. 드디어 국밥과 소주가 나왔다. 수도 없이 마주했던 남편과의 술상인데 뭔가 비장한 느낌마저 든다. 남편은 운전을 해야 하면 한잔도 입에 대는 사람이 아닌데, 마치 ‘국밥과 소주’의 장인처럼 이렇게 마시는 거라며 따라주고 한잔은 같이 마시자고 한다. 빈속에 들어가던 차가운 소주. 들어간건 차가운 소준데, 빈속을 훓고 내려가는건 뜨끈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술이 달다. 이럼 큰일인데… 소주 특유의 쓴 끝 맛이 혀에 맴돌때 아직도 보글보글 끓고 있는 국밥 한수저를 얼른 뜬다. 빈속에 소주로 알싸하던 뱃속을 뜨거운 국물로 달래준다. 이 맛이였구나… 국밥도 사실 많이 먹어보지 않았으니 남편은 소주와 먹을땐 다대기와 들깨가루를 더 듬뿍 넣어야 된다며 넣어준다. 국밥이라도 소주와 같이 하니 밥을 말진 않을거라 간은 연하게. 술이라는게 참 신기한게, 집에서야 그럴일 없지만, 외식할때 와인이라도 곁들이면 와인잔 때문인지 왠지 자세가 곧아지고 좀 조심스럽게 마시게 된달까…싶은데, 이 소주라는건 좀 다르다. 다리도 한짝 올려야 할거같고, “크~~”소리도 좀 내줘야되고. 식당엘 아줌마로 들어가서 아저씨로 나오게 생겼다. 한병 가지고 취할일은 없지만, 남편과 대화도 커플의 꽁냥꽁냥 이라기보단, 삶을 같이 하고 있는 전우와의 끈끈한 의리같은 대화라고 할까… 그렇게 한 그릇을 클리어 하고 나오는데, 여전히 해는 중천이고 전날 밤까지 일하느라 만든지 몇일되 거칠고 뻣뻣한 바게트 같던 맘이 했던 마음은 몽실몽실 계란찜 처럼 보드라졌다. 이맛이구나… 낮술. 국밥에 소주. 해봤다 나도. *수필 부문 장려상 이지윤 수상소감
저의 글을 읽고 이런 큰상을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혼자 꽁꽁 싸맨 글에 대한 열망을 이런 식으로 양지에 내놓게 되어 좋으면서도 부족한 글에 이런 상 받아도 되나 싶게 얼떨떨 하네요. 오랫동안 흠모하던 이에게 수줍게 가벼운 손짓을 하자 반갑게 인사를 건네 받은 느낌 이예요. 앞으로 더 좋은 글 써서 양지에 내놓겠습니다. 다시 한번 뽑아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디카시 부문 장려상 최병순 수상소감
우리 엄마는 음식 솜씨가 무척 좋으신 편은 아니었지만 여름에는 텃밭에 심은 열무를 뽑아 학독 이라 불리는 돌절구에 빨간 고추를 갈아 담궈 주셨던 열무김치 맛은 일품이었다. 여기서도 열무가 나오면 그때 그 맛이 생각나 열무김치를 담아 먹는다. 또 하나 또렷이 기억되는 것은 가끔 해 주셨던 팥 찰 시루떡이었다. 통통한 통팥을 뿌리고 까만 동글한 시루에 떡을 안치고 테두리에 밀가루로 시루 테두리를 정성껏 붙여 김이 세지 않게하며 아궁이에 불을 지펴 떡을 하시곤 했다. 찰떡은 한번에 잘 익어야 익는다면서 온갖 정성을 들여 떡시루를 엎으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생일 팥시루떡이 얼마나 찰지고 맛있던지 난 시루떡을 먹으면 그때 기억이 나면서 엄마가 생각이 난다. 이렇듯 음식은 평생 사랑과 추억을 기억하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를 생각하면 어떤 음식이 떠 오르려나? 나처럼 엄마를 그리워하며 그 맛까지도 추억할 수 있는 음식이 있었으면 희망해 본다. 저의 부족한 작품을 뽑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생명 이 한나 어미의 포궁(胞宮)보다 몇 배나 힘겹고, 시린 대지의 산도(産道)를 뚫고 이렇듯, 봄의 첫 전령으로 피어난다. *디카시 부문 장려상 이한나 수상소감 내 어릴적 꿈은 반백이 되는 나이 즈음에,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그들의 아픔을 공감 할수 있는 어느 장르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글쟁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선뜻 다가설 수 없는 성역에 첫 발을 내딛는 심정입니다. 기회의 문에 들어서게 해 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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