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역행하는 구름 열차를 타고 _ 김숙경( 시인, 캐나다 여류 문협)
사진 출처 : hub.zum.com/daily
반세기 전 소년 소녀가 억세 머리가 되어 만났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정리되지 않는 지난 시간
감격이 가슴을 적시고 그냥 살아온 자식 손주
이야기로 시간을 기워간다
반세기 전 설렘은 세월 바람에 희석되어
서글픈 기억으로 다가오고
꿈과 열정으로 꽃 피우던 그때 그 소년과
수줍음으로 가슴속을 들킬까 봐 애간장만 태우던
그 순수 소녀는 세월 바퀴 어디쯤 있었을까
마주 앉아 바라보는 젖은 눈망울
긴 긴 세월 가슴 깊이 팬 자국엔
허한 바람만 부는구나
그리움으로 색칠한 구름 화판 움켜쥐고
숨겨두었던 반세기 전 소년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 꿀꺽 꿀꺽
추억을 삼킨다
세월을 역행하는 구름 열차를 타고
그때 소년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고 싶은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