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 _ 장지혜
<캘거리 2025문협 신춘 문예 장려상-장지혜(수필) 수상 소감문>
문학을 좋아하기에 책과 가까이 하게되고 그러다보니 글을 쓰면서 나를 찾아가는 중이였습니다 캘거리 문인협회에서 추최하는 신춘문예전에 당선되어 진짜 기쁩니다. 이민 생활이 녹록치 않은데 회원으로서 아름다운 문인들과 더욱 가까워 질 수 있음에 그 또한 기대가 많이 됩니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진지 _ 장지혜
내 식구들 즉 장 씨 성을 가진 아빠가족들은 작은아버지 세분과 고모부까지 남자 형제 모임 핑계로 자주 뭉친다. 그러다 보니 뭉퉁그려 남편은 그분들을 짱패밀리라고 부른다
남편은 짱패밀리를 만나기 전까지는 한국어를 좋아하고 연습하기 좋다고 스몰토크를 자주 시도했다. 한국사랑 물론이고 한국어에 자신감이 있었던 남자에게 우리 가족은 외국인이 구사하는 한국말을 듣고 표준어가 아닌 찐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시면서 가볍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짱패밀리는 우리 남편 기죽이기에 동참을 한 것인지 텃새를 부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한국말을 자꾸 고치려하고 가르치려 한다.
<하루는 남편이 우리 아빠 즉 장인에게 “아버님, 밥 먹었어요?” 하자
그날 남편은 “드셨어요… 드셨어요….???” 열심히 외웠다.
얼마 후 우리 할머니를 만나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
“할머니, 밥 드셨어요??” 하자 작은아빠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말 하려면 아직 한참 배워야혀, 어른께 드셨어유가 뭐여 잡숴셨어유?지”
남편은 당황했지만 웃으며 “모올라써어요” 라며 알려줘서 고맙다는 식으로 대답했 다.
한 참 지나 치매로 요양원에 계신 할아버지를 병문안 갔을 때 연습하던
바로 그 문장 “밥 잡수셨어요. 하자마자 작은아빠들과 아빠는
“밥이 뭐여?? 진지지 어른한테는 진지라고 하는겨?”
그때 보았던 남편의 실망하고 씁쓸한 그 눈빛은 아직도 생각이 난다. >
남편은 먹다가 드시다가 되고 드시다가 잡수시다가 된 거까지는 이해가 됐는데 밥이 진지까지 갈일이냐라고 했다.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에 중국어, 아랍어, 일본어, 헝가리어 다음으로 한국어가 들어간다. 그 중 제일 배우기 힘든 부분이 존댓말임에 틀림 없다. 그 존대의 단계가 짜임새 있게 형성되어 있어서 사회생활을 할 때나 집안에서 ‘형님, 따님, 아드님, 여쭙다’ 등 위계나 지위에 따라. 달라지는 존댓말에 울렁증이 온 듯 했다.
추석이나 설날을 지내고 온 남편은 짱패밀리를 따라하면서 “어이 어이 김치전좀 내와봐아” 술잔이 비워져 있을때도 “아니, 술잔은 왜 자꾸 비는겨?” 라든지 다정한 호칭없이 계속 반말을 쓰는 짱패밀리를 흉내낸다.
흉내를 내면서 본 문화가 몸에서 나올 때가 있다. 자기보다 한참 어린 아이들에게도 자동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거나 나이 어린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도 항시 잔을 낮추려 한다. 한국문화 측면에서 예의가 바른건 작은아버지들과 장인어른의 핀잔의 효과라고 보아야하나? 싶다.
허나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된 남편에게 또 한번의 고비가 찾아왔다. 여동생네 가족이 놀러왔는데 3살짜리 조카에게 세 글자로만 “하-지-마” “가-져-와” “짜-증-나” “이-리-와”로 의사소통을 시도했더니 캐나다 이모부는 무서운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하지 마요. 가져와요, 짜증나요, 이리와요 라고 “요”만 부쳐도 부드러워 진다고 말했더니 남편은 나보다 사십오살이나 어린 애에게 존댓말을?라고 되 묻는다. 오우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