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아동 대상 범죄, 한국과 앨버타의 판결은 왜 달랐나 - 온라인 성착취·여성폭력 신고 증가세
앨버타는 실형 원칙, 한국은 집행유예 다수, "처벌 확실성과 관리 지속성 필요" 지적
서울중앙지방법원(왼쪽)과 캘거리 법원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캘거리헤럴드)
(이정화 기자) 아동과 여성 대상 범죄 신고가 줄지 않고 있다. 재범 우려가 커지면서 처벌이 충분한지를 둘러싼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앨버타는 실형을 기준으로 판결하지만, 한국에서는 집행유예와 1~2년 실형이 반복돼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이어진다.
■ 아동·여성 성범죄, 형량의 출발선이 달라
재범 우려의 배경에는 반복되는 범죄 신고 현실이 있다. 캐나다 아동 보호 기관 'Canadian Centre for Child Protection'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온라인 아동 성적 착취 신고는 약 2만9505건으로 전년보다 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여성폭력 실태조사에서는 여성 10명 중 약 3명(36.1%)이 평생 한 번 이상 여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지난 1년 피해 경험 비율도 7.6%로 전년보다 상승했다.
이 지점에서 시민들의 시선은 처벌 방식으로 옮겨간다. 앨버타에서 성범죄는 실형이 기본값이라면 한국은 집행유예가 최빈값이다. 캐나다 형법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과 성적 간섭을 의무 최소형이 적용되는 중범죄로 규정한다. 초범이라 하더라도 실형 선고가 가능하고 중대성에 따라 장기 실형 또는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다. 아동 성착취물 제작·유포와 온라인 그루밍 범죄 역시 최대 14년형이 법정형이다. 앨버타주도 이 원칙을 따른다.
한국의 구조는 다르다. 정부가 공개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판결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최종심에서 집행유예 비율은 50%를 넘는다.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1~2년대 형량이 상당 비중이다. 실제로 초등학생 대상 강제추행 사건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되거나, 아동 성착취물 소지 사건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그친 판결이 확인된다.
차이는 형량의 숫자가 아니다. 성범죄를 실형을 전제로 다루는 범죄로 규정하는지, 감형 가능성을 우선에 두는 범죄로 취급하는지가 두 사법 체계를 가른다. 이는 성범죄를 사회가 얼마나 중대한 위험으로 인식하는지에 대한 판단의 차이로 해석된다.
■ 판결 이후에도 불안...전문가들 "처벌의 확실성 작동해야"
형량의 차이는 재범과 시민이 느끼는 안전 수준으로 이어진다. 캐나다 공공안전부와 국제 범죄학 연구에 따르면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5년 추적 기준으로 대체로 10~20% 범위에서 보고된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 수치가 점차 낮아지는 경향도 확인된다.
한국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범죄자의 3년 재복역률은 약 22%다. 성범죄 수치로만 단정할 수 없지만 스토킹과 여성 대상 범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현실은 처벌의 효과를 둘러싼 의문을 키우고 있다.
여론의 분노가 커지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형량의 숫자보다 처벌이 실제로 어떤 경험으로 남는지에 대한 인식 차이다. 한국과 캐나다 모두 교정시설 내에서 TV 시청과 독서, 운동, 작업 참여를 할 수 있다. 수용 환경은 큰 틀에서 유사하지만 캐나다의 경우 보안 상황과 수용 등급에 따라 일상 활동이 제한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잦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와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서는 국내 교정 환경이 ‘처벌의 강도’보다는 ‘관리 중심’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제재의 무게가 시민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형량이 높다고 재범이 자동으로 줄어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처벌의 확실성과 관리의 지속성, 제도적 개입이 함께 작동할 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범죄학의 공통된 분석이다. 두 사회 모두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판결 이후에도 불안이 가라앉지 않는 현실 앞에서 처벌과 관리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 두 사회는 같은 질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