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타, 부모의 청소년 의료기록 열람 확대…의료계 “진료 위축 우려” - 만 18세까지 온라인 기록 공개…프라이버시·미성년자 자율성 논란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앨버타주 정부가 부모와 보호자의 청소년 의료기록 열람 권한을 대폭 확대하면서 의료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이번 조치가 청소년들의 민감한 진료 접근을 위축시켜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앨버타 정부는 이번 주부터 주정부 온라인 포털 ‘마이헬스 레코드(MyHealth Records)’를 통해 부모가 자녀의 검사 결과, 처방 내역, 진단 보고서, 예방접종 기록, 진료 요약 등을 열람할 수 있는 연령 기준을 기존 만 12세 미만에서 만 18세 미만으로 상향했다. 해당 조치는 월요일부터 시행됐다.
주정부는 “부모와 보호자는 자녀의 건강을 지원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의료 정보 접근은 올바른 의사결정과 지속적인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 의료진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앨버타의사회 소아과 분과 회장인 샘 웡 박사는 “일부 청소년의 경우 이번 변화가 진료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며 “피임, 성 건강, 정신건강, 약물 사용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한 접근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러 의사들이 사전 안내 없이 정책이 시행됐다며 우려를 전달해 왔다는 설명이다.
캐나다소아과학회도 “청소년 의료에서 기밀성은 필수 요소”라며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으면 치료를 미루거나 거부할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부정적 건강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학회는 2023년 성명에서 기밀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청소년들이 성, 정신건강, 약물 사용 관련 정보를 숨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캘거리대 의대의 스티븐 프리드먼 교수 역시 “응급실에서는 보호자 없이 청소년과 단독으로 상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사후에 기록이 부모에게 공개된다면 의료진과 환자 간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받지 못한 성병이 장기적으로 불임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정부는 다만 16~17세 청소년의 경우 의료 제공자를 통해 부모의 접근 권한을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치료에 대한 자율적 동의는 가능하면서 기록 접근은 제한되지 않는 구조가 ‘성숙한 미성년자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캐나다 각 주의 기준도 제각각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부모 열람이 만 12세에서 종료되며, 서스캐처원주는 만 14세 이상 청소년이 공유 여부를 직접 결정한다. 앨버타 정부는 “일률적 기준은 없으며, 의료진이 필요 시 부모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보호장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주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한 개인정보 영향평가를 정보·프라이버시 위원회에 제출했으며, 해당 기관은 현재 검토를 진행 중이다. 청소년의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 부모의 보호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향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