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헬러, 차 없인 못 가...캘거리 '렌터카 공화국' 현실- 대표 명소 밴프·드럼헬러, 직행 교통수단 부족
주정부·지자체 “대책 모색” 공감대, 실행은 더뎌, "낯선 사람과 동행 부담", "우버도 부족" 등 불만
캘거리 캔모어 일대를 운행 중인 버스 (출처 : 캔모어 타운 홈페이지)
(이정화 수습 기자) “렌터카 없으면 못 간다더라.” 캘거리 근교 유명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과 워홀러 사이에선 이런 말이 상식처럼 통한다. 로키산맥 관문인 밴프 국립공원과 공룡 화석으로 유명한 드럼헬러 등 주요 명소로 향하는 대중교통의 빈틈이 시민 편의와 관광지 접근성을 가로막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 대표 명소 밴프·드럼헬러, 직행 교통수단 부족
캘거리에서 서쪽으로 120킬로미터(km) 떨어진 밴프는 전세계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하지만 정규 대중교통편은 주말 한정 운행에 그치고 있다. 보우밸리 교통당국에 따르면 캘거리-밴프-캔모어를 연결하는 지역버스 '온잇(On-It)' 서비스는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금·토·일 및 공휴일에만 운행된다.
이밖에 연중 상시 이용할 수 있는 민간 셔틀버스도 있지만 가격이 부담된다. 관광버스 회사 브루스터 익스프레스(Brewster Express)가 캘거리 시내나 공항에서 밴프까지 매일 여러 차례 셔틀을 운행하지만 편도 60~85달러의 요금이 든다.
또 다른 버스업체 라이더 익스프레스(Rider Express)는 웨스트브룩몰에서 밴프까지 매일 두 차례 직행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요금은 약 38달러로 비교적 저렴한 반면 정류장이 도심과 떨어져 있고 야간 시간대 운행편도 있다.
더욱이 캘거리 대중교통은 도시 경계를 넘어서는 노선을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시내 버스나 C-트레인으로는 밴프까지 갈 수 없다.
동북쪽으로 약 135km 떨어진 드럼헬러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018년까지 운행되던 그레이하운드 버스가 서부 캐나다 노선을 전면 중단한 이후 정기 노선이 사라졌다.
현재는 독일계 버스회사 플릭스버스(FlixBus)가 캘거리-드럼헬러 구간을 하루 1회 왕복 운행해 약 2시간 만에 연결하고 있다. 하지만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해야 하는 데다 평균 요금 15~20달러 선의 저가 노선이라 자리 확보가 쉽지 않다.
한 20대 워홀러 A씨는 "면허가 없으면 렌터카도 못 빌린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차 있는 사람을 찾는 글이 많은데 모르는 사람과 동행하는 게 부담일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 주정부·지자체 “대책 모색” 공감대, 실행은 더뎌
캘거리 인근 관광지들의 교통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역 사회와 행정 당국도 몇 년 전부터 문제 해결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뚜렷한 대중교통 확충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2018년 그레이하운드 철수 당시 앨버타 주정부는 “주민들을 길가에 버려두지 않겠다”며 긴급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연방정부와 함께 2년간 매년 200만 달러를 투입해 민간 버스회사의 노선 신설을 유도하는 교통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이 결과 라이더 익스프레스와 이버스(Ebus) 등 몇몇 업체가 캘거리-에드먼튼 노선 등 기존 노선을 부분 대체했지만 수익성이 낮은 관광지 방면 교통 공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앨버타 주 교통부도 “대중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민간과 협력 중”이라고 밝혔지만 지속적 예산 투입이나 공영 버스 신설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캘거리 지역 관광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주요 관광지들과의 대중교통 연결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캘거리를 찾는 관광객 대다수는 운전이 어려운 청년 배낭여행객이나 워홀러들이다. 이들이 렌터카 없이도 손쉽게 명소를 돌아볼 수 있어야 관광 소비가 촉진된다는 지적이다.
고령자나 저소득 거주민 등 차량 비소유 계층의 이동권 보장 측면에서도 개선이 요구되는 건 마찬가지다. 주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우선 뒷받침돼 한다는 여론이 나오는 이유다.
캘거리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차가 없으면 드럼헬러 같은 곳은 포기해야 할 정도”라거나 “우버로 갈 수도 없고 갔다 와줄 사람도 없다”는 하소연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 드럼헬러에는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나 리프트(Lyft)가 활발히 운영되지 않아 공유차로 편도 이동한 뒤 돌아올 방법이 마땅치 않다.
한 네티즌은 “드럼헬러에 운전해서 데려다 줄 지인이 없으면 사실상 방법이 없다"며 "차 없는 사람들은 왕복 교통비만 수백 달러씩 각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밖에도 “차 없이 밴프까지 가는 새로운 대중교통 수단이 필요하다”는 등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다수 확인된다.
이런 와중에 수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캘거리가 ‘차 없으면 발이 묶이는 관광지’라는 오명을 벗고 명소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