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 여파…캐나다 관광객들 카리브 여행 ‘불안’
베네수엘라 인접 ABC섬 예약 취소·변경 잇따라…항공·여행업계는 촉각
2020년 3월, 퀴라소의 빌렘스타트 남쪽 맘보 해변에 있는 사람들. 이 섬에는 매년 수만 명의 캐나다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사진출처=Getty Images)
(안영민 기자)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규모 군사 타격을 가한 이후 캐나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카리브해 여행 안전을 둘러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인근에 위치한 아루바·보네르·퀴라소 등 이른바 ‘ABC 섬’을 중심으로 여행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며칠 사이 온타리오주를 중심으로 일부 고객들이 퀴라소와 아루바 여행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변경하고 있다. 킹스턴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린 매커처 대표는 “베네수엘라 주변 섬을 피하고 싶다는 문의가 늘고 있다”며 “일부는 목적지를 멕시코 등 다른 지역으로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불안의 직접적 계기는 미국 특수부대가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체포한 군사 작전이다. 이후 캐나다 외교부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전면 여행 금지’ 경보를 발령하며 정치·치안 상황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해당 경보는 카리브해 인근 섬들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항공사들은 선제 대응에 나섰다. 에어캐나다는 베네수엘라 및 인근 지역 상황을 이유로 아루바, 퀴라소, 바베이도스, 도미니카공화국 등 17개 공항을 오가는 항공권에 대해 일정 변경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반면 웨스트젯과 에어트랜섯은 현재까지 예약이나 운항에 뚜렷한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해역 인근이라는 점 자체가 변수라고 지적한다. 오타와대 정치학과의 마리-크리스틴 도란 교수는 “섬들이 직접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군사 활동이 집중된 해역에서 예기치 못한 충돌이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개월간 미 해군은 카리브해에서 대규모 작전을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무력 충돌도 발생했다. 실제로 미국은 7일 베네수엘라와 연계된 러시아 국적 유조선을 북대서양에서 나포했는데 외신에 따르면, 작전 당시 인근 해역에 러시아 군함과 잠수함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 미·러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현지 분위기는 엇갈린다. 아루바를 방문 중인 온타리오주 거주 관광객 빌 올리버는 “도착 첫날에는 항공편 취소로 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평소와 다르지 않다”며 “현지에서는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반면 소셜미디어에서는 호텔 해변에서 군용 헬기를 목격했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관광 통계에 따르면 퀴라소에는 2023년 한 해 동안 약 3만2천 명의 캐나다인이 방문했으며, 아루바 역시 캐나다가 두 번째로 큰 관광객 유입국이다. 크루즈 업계는 현재까지 일정 변경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관광 수요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