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 신청 건수 급감, 캐나다인 미국 방문 기피 현상 심화
미국 신뢰여행자 제도 신청 1년 새 50% 급감…방미 차량 31% 감소, 캐나다 독자 프로그램 논의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리의 국경 검문소에서 한 운전자가 넥서스 카드를 스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첫해 동안 이 프로그램의 신청 건수는 절반으로 줄었다.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국경을 빠르게 통과할 수 있는 신뢰여행자 프로그램 ‘넥서스(NEXUS)’ 신청 건수가 급감했다. 이는 캐나다인들의 대미 이동이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로, 정치·통상 갈등이 민간 교류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 국경서비스청(CBSA)에 따르면 2025년 넥서스 신규 신청 건수는 약 35만 건으로, 전년(약 70만 건)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팬데믹 이후 꾸준히 늘던 신청 추세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을 기점으로 급격히 꺾인 것이다. 2022~2023년 캐·미 간 이견으로 누적됐던 적체 물량이 2023년 중반 해소된 점을 감안해도, 최근 감소 폭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넥서스 회원의 다수는 캐나다인으로, 변화의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났다.
여행 통계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캐나다 통계청은 지난해 캐나다 차량의 미국 방문이 전년 대비 30.9% 감소했다고 밝혔다. 약 760만 대가 줄어든 수치로, 통계청은 ‘유의미한 감소’로 분류했다. 미국여행협회는 2025년 미국의 국제 관광 소비가 3.2% 감소해 57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캐나다 방문객 감소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무역·쇼핑·문화 소비 전반에서도 캐나다인의 미국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배경에는 고조된 정치적 긴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이후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조롱하고 캐나다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관세 완화를 둘러싼 협상은 한때 진전을 보였지만, 온타리오주의 관세 반대 광고를 계기로 결렬됐다. 최근에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로 부르며 중국과의 거래를 문제 삼아 100% 관세를 경고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넥서스 의존을 줄이자는 대안도 제기됐다. 폴라 사이먼스 상원의원은 캐나다 독자적인 신뢰여행자 프로그램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한 나라의 공항 보안 패스트패스를 다른 주권 국가에 사실상 위탁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미국이 자국용 ‘TSA 프리체크’를 별도로 운영하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넥서스 신청에서 성별 표기를 ‘M’ 또는 ‘F’로만 요구하며 ‘X’를 인정하지 않는 점을 들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소지가 있다는 인권적 문제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넥서스 신청 급감이 단순한 행정 지표를 넘어 캐나다인의 대미 인식 변화와 실질적 이동 축소를 보여주는 상징적 신호라고 본다. 캐·미 관계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경우, 여행·교역·인적 교류 전반에서 ‘거리 두기’ 흐름이 구조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