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의 장례식 _ 글 : 신하은 (에드먼튼 얼음꽃 문학회 회원)
바다 위에 펼쳐진 하얀 병풍에는 유구한 세월의 빛바램이 수놓여 있으나, 웅장했던 자태는 자꾸만 닳아버리는 귀퉁이 탓에 왜소함을 감출 수 없어 헛기침을 연달아한다. 권위를 잃은 설벽이 수차례 몸을 움츠리던 어느 날, 파르르 떨리는 움직임 하나를 포착했다. 흩날릴 것 같은 몸뚱어리에서 나온 마지막 입김은 무겁게 무겁게 가라앉았다. 초점 잃은 허망한 눈동자엔 끝없는 바다가 고여 있고, 때 묻은 수의는 그 어느 삼베보다 까칠하다. 볼품없이 말라 비틀어진 형체에 더 이상의 배고픔은 없었다. 앙상한 털 오라기 쓰다듬으며 더이상 허기를 채워줄 숨구멍을 찾아 아니, 발 디딜 곳을 찾아 헤메지 마라, 그렇게 속삭였다. 우르르, 하고 또다시 귀퉁이에서 빙하가 쏟아져 내렸다. 흡사 비탄에 젖은 울부짖음과 같았다. 유난히 쨍한 햇빛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얀 장례식을 푸르게 물들였다.
- 심사평 (신춘문예 심사위원) 자유, 삶, 북극곰의 장례식 3편의 시 대부분 구성이 탄탄하고 호흡도 매끄러우며 수사력과 시를 끌고가는 힘이 좋아 보인다. 잘 정제된 언어로 글의 세련됨을 보여 주었다. 특히 북극곰의 장례식은 먹이를 찾지 못하고 죽어가는 북극곰을 바라보며 자연과 생태계의 무너져가는 위기 의식을 잘 살려낸 점은 주목할 만한 것이어서 적절한 메타포를 사용하는 등 장원으로 꼽기에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평소 많은 습작으로 다져진 글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석을 발견한 마음이어서 좋은 작품으로 함께 정진할 날을 기대해 본다
- 당선소감 무엇인가를 온전히 생각하는 마음과 써내려갈 수 있는 글자만 있다면, 누구나 시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사람도 같지 않은, 서로 다른 눈으로 담아내는 이 아름다운 세상을 글로 다시금 지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세상을 나눌 수 있음에 또한 감사합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캘거리 문인한인 협회 심사위원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당선자 축하 모임은 오는 5월 27일(일) 오후 5시 한인회관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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