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자 대숙청’에 LA 들끓는다… 한인사회 “공포의 나날” - 이민 단속 반대시위 사흘째…트럼프, 주방위군 2천명 투입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LA 지역에서 미 행정부의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출처=CNN)
(안영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 단속을 대대적으로 재개하면서,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인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지 시위는 격렬한 충돌 양상으로 번졌고, 주방위군까지 투입되면서 도심은 사실상 준계엄 상태로 접어들었다.
LA 총영사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구금된 한국 국적자의 영사 면담 요청이 최소 4~5건 접수됐다”며 “이는 그 전 2년간 단 한 건이었던 것과 비교해 급증한 수치”라고 밝혔다. 요청을 하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실제 구금자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한국 국적 체포자는 없지만, 교민사회는 극도의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번 사태의 도화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 LA 다운타운 의류상가 밀집지역과 ‘홈디포’ 인근 비정규 노동자 집결지에서 시작한 대규모 불법 체류자 단속이다. 첫날에만 120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멕시코 국적자만 35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ICE 요원들에게 양손이 묶여 끌려가는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의 모습이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커뮤니티의 분노는 들불처럼 번졌다.
이후 주방위군 병력이 시내 메트로폴리탄 구치소 앞에 배치되며 긴장이 더욱 고조됐다. 병력은 방패와 장총을 든 채 시위대와 대치했고, 일부 시위자가 가까이 접근하자 최루 연막탄이 발사됐다. 이후 LA경찰도 불법 집회 해산 명령과 함께 군중 통제용 탄환을 발사하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8일 사흘째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얼굴 마스크를 쓴 사람을 지금 당장 체포하라”며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LA 상황이 정말로 나빠 보인다”며 “깡패들이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고 강조했다. LA 경찰은 이날 저녁 많은 시위대가 해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체포하기 위해 도심 시위를 불법 집회로 규정했다.
앞서 백악관은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시 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방위군 2,000명을 투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법과 질서에 대한 반란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로스앤젤레스의 폭도와 약탈자들이 날뛰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는 주권 침해이며, 불필요한 충돌을 야기하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트럼프는 미국을 빠르게 권위주의 체제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 등 공화당 지도부는 “뉴섬 주지사는 질서 회복에 실패했다”며 트럼프의 조치를 지지하고 나섰다.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노엄은 “시위대는 지역사회를 지키는 ICE 요원에게 감사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고, 국방장관 피트 헥세스는 “폭력이 계속될 경우 해병대 병력 투입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이후 하루 평균 3,000명 체포 지시를 내렸으며, 연간 100만 명 추방을 목표로 한 이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ICE의 체포 건수는 하루 평균 665건 수준으로, 목표치에는 아직 못 미친다.
한인 사회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교민 경제와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교민은 “지금은 밖에 나가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특히 서류 미비 체류자들 사이에선 공포가 일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