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서 발 빼는 미국차…오타와, ‘대안 파트너’로 한국에 손짓 - 미국 완성차 생산 급감에 해외 투자 모색…한·캐나다 자동차 협력 강화
2025년 10월 29일 경주 힐튼 호텔에서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마크 카니총리가 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출처=Getty Images files)
(안영민 기자)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캐나다 생산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자 캐나다 정부가 새로운 자동차 제조 파트너를 찾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포드·스텔란티스·제너럴모터스(GM) 등 이른바 ‘디트로이트 빅3’가 캐나다 현지에서 잇따라 발을 빼는 가운데, 오타와는 한국을 차세대 자동차 산업 협력국으로 지목하며 본격적인 협력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CBC 방송은 웨스턴대 트릴리엄 첨단제조 네트워크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캐나다의 차량 조립 대수가 2016년 230만 대에서 2025년 120만 대로 반 토막 났다고 전했다. 특히 감소의 상당 부분은 미국계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축소에 따른 것이다. 포드·스텔란티스·GM의 캐나다 생산 비중은 같은 기간 56%에서 23%로 급감한 반면, 일본계 혼다와 도요타의 비중은 44%에서 77%로 크게 늘었다.
브렌던 스위니 트릴리엄 네트워크 총괄 디렉터는 “미국 기반 자동차 업체들이 장기적으로 캐나다에서 멀어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는 25년에 걸쳐 진행돼 온 구조적 추세”라고 평가했다. 미국 제조업 투자 감소가 캐나다 자동차 산업 전반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캐나다 정부는 미국 업체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오타와는 최근 한국 정부와 자동차·제조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장기적으로는 한국 완성차 업체가 캐나다 현지에서 차량을 생산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연방 정부는 ‘캐나다-한국 산업 협력 포럼’을 신설해 양국 간 자동차 및 제조업 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은 이번 합의에 대해 “경제적 번영과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졸리 장관은 정부 공식 발표를 통해 “이번 한국과의 양해각서는 차세대 자동차 산업에서 캐나다가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전기차(EV)와 수소 모빌리티, 배터리, 핵심 광물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자동차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최근 캐나다 맞춤형 수소 에너지 협력 방안을 검토하며 수소연료전지 공동 개발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논의 중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수소 생태계 투자에 그치지 않고 캐나다 내 자동차 생산 거점 구축과 로보틱스 전략 등 신기술 실증까지 함께 검토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캐나다 생산에서 점차 후퇴하는 상황에서, 오타와가 한국을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은 캐나다 자동차 산업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캐나다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어 캐나다가 각국 완성차 업체들의 각축장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캐나다가 북미 미래차 전략의 실험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