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위생의 그림자…캘거리 ‘맨손 조리’ 이대로 괜찮나 - 자율 조리 속 위생 수칙 위반 잇따라
인건비 부담으로 보건교육 공백 현실화, 토론토식 '등급 공개제' 도입 목소리
캘거리 다운타운의 한 버거 매장에서 조리사가 별도의 보호구 없이 맨손으로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사진 : 이정화 기자)
(이정화 기자) "맨손으로 햄버거를 만드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조리용 장갑과 마스크가 보편화된 한국식 위생 기준에 익숙한 이들에게 캘거리 주방은 생경한 모습이다. 앨버타 보건당국(AHS)는 맨손 조리를 허용하는 가운데 상반기 외식 수요 급증을 앞두고 관리 방식에 대한 시각차는 여전하다.
■ 앨버타 식품 규정 "장갑은 의무 아닌 선택"
앨버타주 식품 규정에 따르면 주방 내 조리용 장갑 착용은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다. 오히려 앨버타 보건당국(AHS)은 "장갑 착용이 빈번한 손 씻기를 대체할 수 없고 잘못된 장갑 사용은 오히려 교차 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런 '자율권'은 현장의 철저한 손 씻기를 전제로 한다. AHS가 실시간 공개하는 '식당 위생 점검 보고서(Public Inspection Reports)'를 보면 캘거리 내 상당수 업소의 적발 사유가 부적절한 손 세척을 포함한 '비위생적인 조리 도구 방치'에 집중돼 있다. 법이 허용한 자율이 현장에서는 관리 소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2024년 다운타운의 한 레스토랑은 식재료 보관 및 청결 상태 불량과 더불어 손 세척용 온수 미공급 등 치명적인 위생 설비 결함이 드러나 폐쇄 조치됐다. 이밖에도 싱크대 주변의 바퀴벌레 출몰이나, 전용 세면대가 아닌 식재료용 싱크대에서 손을 씻는 행위, 비누 등 위생 소모품 미비로 시정 명령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 한국식 ‘보호구 의무’ vs 캘거리 ‘개인 위생’의 차이
한국 식품위생법이 비말 차단을 위한 마스크와 조리모 착용을 명확히 규정하는 반면 앨버타의 기준은 비교적 자율에 가깝다. AHS 매뉴얼상 의무 보호구는 ‘머리카락 노출을 막는 덮개’가 사실상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 공중보건국(PHAC)은 매년 식중독 주요 원인으로 ‘조리사 개인 위생 불량’을 지목한다. 현행 자율 규정이 글로벌 기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파른 인건비 상승도 문제다. 업소들이 대체로 단기 근로자를 투입하면서 현장 내 보건교육의 질적 저하와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정보 접근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토론토 등 타 지자체가 시행 중인 '위생 등급제'와 비교해 캘거리의 정보 공개 방식은 제한적이다. 이처럼 ▲매장 내 위생 점검 결과 게시 의무화 ▲고위험군 식재료 취급 시의 구체적 관리 지침 마련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보건당국의 과제로 남아 있다
외식 물가 상승 속에서 ‘맨손 조리’ 논쟁은 법적 허용 여부를 넘어 위생 관리 체계의 실효성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외식 비용 부담이 커진 만큼 이에 상응하는 위생 수준이 유지되는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계속해서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