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 노벨평화상·타임 ‘올해의 인물’ 후보로 부상
트럼프에 맞서 중견국 연대 강조하며 국제적 존재감 키워…타임 올해의 인물 예측에서도 상위권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맞서 중견국 간 연대를 강조하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관세 공세에 대응하고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캐나다의 자율성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가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으면서, 카니 총리가 올해 노벨평화상이나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이는 예측시장 거래자와 일부 인사들의 전망에 불과하다. 카니 총리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공식 확인됐다는 증거는 없으며, 실제 수상 여부를 뒷받침할 근거도 아직 없다.
카니 총리의 국제적 위상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을 계기로 크게 높아졌다. 그는 당시 기존 국제질서가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강대국의 압박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중견국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확보 의지를 드러내고 유럽 국가들에 관세를 위협하던 시점이었다.
카니 총리는 연설에서 “우리는 전환기가 아니라 단절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선언했고, 연설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후 카니 총리는 유럽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아시아에서 새로운 협력국을 찾는 등 중견국 연대 구상을 실제 외교정책으로 옮기려 했다. 미국의 관세 공세로 기존 캐나다·미국 관계가 흔들리는 가운데 교역과 외교 관계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달 유럽의회에서도 카니 총리는 기립박수를 받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캐나다를 EU의 첫 준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직후였다.
토론토대 명예교수 넬슨 와이즈먼은 카니 총리의 국제적 위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는 모습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국가가 미국과의 합의를 서두르는 동안 캐나다가 압박에 맞선 것이 국제사회에서 카니 총리의 존재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가능성은 예측시장에서도 화제가 됐다. 미국의 예측시장 칼시(Kalshi)에서 그는 월요일 한때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 14%로 가장 높은 위치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확률이 하락해 시장 전망이 얼마나 유동적인지를 보여줬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오는 10월 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노벨위원회가 비공개로 관리하는 후보 명단에 카니 총리가 포함됐다는 공개적인 증거는 없다. 예측시장은 참가자들의 기대를 반영할 뿐, 노벨위원회의 실제 심사 내용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타임지 ‘올해의 인물’ 선정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타임은 이미 카니 총리를 2026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포함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는 과정에서 그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화요일 주요 예측시장에서는 카니 총리가 뉴욕시장 조란 맘다니에 이어 타임지 올해의 인물 후보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위치에 올랐다. 수상자는 12월 10일 발표될 예정이다.
뉴욕대 교수 스콧 갤러웨이는 카니 총리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그를 “지난 20년간 유럽이 찾아왔던 지도자”라고 표현했다.
언론인 파리드 자카리아도 갤러웨이의 팟캐스트에서 카니 총리가 해외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국가들에 카니 총리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대신 새로운 동맹을 구축할 수 있는 방향과 언어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과 타임지 올해의 인물은 각별한 의미가 있는 상이다.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는 두 차례 선정됐지만, 노벨평화상은 받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자신이 “누구보다도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메달을 소유하고 있지만, 본인이 수상한 것은 아니다.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올해 1월 백악관에서 자신의 메달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노벨위원회는 당시에도 수상자는 마차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맥길대 정치학 교수 대니얼 벨랑은 카니 총리가 노벨평화상을 받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분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와이즈먼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상을 받더라도 불만을 가질 수 있으며, 카니 총리가 수상할 경우 캐나다와의 관계가 지금보다 더 불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가 실제로 두 상 가운데 하나를 받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미국과의 무역 갈등 속에서 캐나다의 주권과 중견국 협력을 강조해 온 그의 메시지가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노벨평화상과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대한 관심은 이러한 외교적 행보가 국제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