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집값 5개월 연속 하락…거래량도 10% 급감 - 부동산시장, 수요·공급 모두 실종…경기침체 공포 속 숨죽인 시장
캐나다 콘도 시장 '거품 붕괴'… 투자자 철수·수요 급감에 장기 침체 우려
캐나다 부동산시장이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으로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사진출처=Financial Post)
(안영민 기자) 캐나다 부동산 시장이 무역전쟁과 고금리의 이중 악재에 짓눌리며 침체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다. 4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급감했으며, 매물 증가와 가격 하락이 동반되는 '잠잠한 혼돈' 속에 매수·매도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다. 캐나다부동산협회(CREA)는 시장이 2022년 이후 가장 조용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며,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 침체 리스크가 앞으로 부동산 시장을 더 얼어붙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RE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숀 캐스카트는 "부동산시장이 보기 드물게 조용해졌다"며 "금리보다는 무역전쟁 불확실성이 시장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비 거래량이 3월까지 20% 급감했지만 4월에는 추가 하락 없이 제자리걸음을 보였는데 지금 시장에서는 제로 성장도 상승으로 여겨질 정도"라고 평가했다.
4월 신규 매물 등록 건수는 3월보다 1% 감소했다. 거래가격 역시 MLS 주택가격지수 기준으로 전달 대비 1.2% 하락, 전년 동기 대비로는 3.6% 떨어졌다. 전국 평균 실거래가는 3.9% 하락했다. 4월 말 기준 MLS 시스템에 등록된 매물 수는 18만3,000건으로, 전년 대비 14.3% 증가했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인 20만1,000건에는 못 미친다.
CREA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시장은 매수·매도자 모두 관망세에 들어간 상황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데이븐포트는 "글로벌 무역전쟁의 여파가 캐나다 경제를 2025년 내내 침체 국면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다"며 "노동시장 약화와 이민 정책 강화로 인한 인구 감소가 주택 수요를 더욱 억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TD은행의 리시 손디 이코노미스트도 "4월 주택 거래 부진으로 2분기 역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장기적으로는 억눌린 수요가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하반기 시장 심리가 개선된다면 거래가 반등할 여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캐스카트는 "지금은 불확실성과 경제적 혼란 사이의 과도기"라며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하면 매물이 쏟아지고 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지만, 아직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매도자들이 일정 부분 가격 양보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협상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며 "무역전쟁과 금리,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이런 '정체된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투자 거품' 빠진 콘도 시장… 실수요 전환 속 구조적 침체 우려
특히 캐나다 주요 도시의 콘도 시장이 급격한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토론토와 밴쿠버를 중심으로 공급은 급증하는 반면 수요는 자취를 감추며 가격 하락과 거래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BMO의 로버트 카브칙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콘도 시장은 사실상 경기 침체 상태"라며 "투자자들이 거의 시장에서 사라졌고, 높은 금리 속에서 수익성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간 투자자 중심으로 과열됐던 시장은 금리 인상과 인구 증가 둔화, 임대료 하락 등의 악재가 겹치며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실제로 토론토 지역의 4월 콘도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급감했으며, 평균 거래가격도 2022년 고점 대비 16.5% 하락했다. 밴쿠버도 20%의 거래량 감소와 함께 3년간 가격이 9% 떨어졌다.
과거 투자 열풍 속에서 분양된 프리세일 콘도들이 속속 완공되면서 재고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쌓이고 있다. 토론토 지역에서만 작년 29,800가구가 입주했으며, 올해도 대규모 물량이 예정돼 있다. 밴쿠버 지역도 연말까지 미분양 신축 물량이 60% 급증할 전망이다.
문제는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우려로 첫 주택 구매자들조차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불균형한 콘도 공급 구조도 수요 위축을 부채질하고 있다. 투자자 선호 중심의 소형 위주 개발이 이어지며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넓은 평형, 가족형 제품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수요 부족과 공급 과잉의 조합 속에서 콘도 시장의 약세는 최소 2~3년 지속될 것"이라며 "투자자 중심에서 실수요 중심 시장으로의 구조적 전환 과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프리세일 당시 평당 2,500달러에 계약한 콘도가 현재 1,900달러로 평가되며 큰 손실을 보고 있어, 향후 투자 수요 위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