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은 돈 벌지만, 노동자는 기다림뿐”… 값싼 이민자 노동에 기대 성장한 캐나다 배달시장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음식배달 플랫폼, 유학생·이민자 중심의 불안정 노동 착취 구조 고착화
(사진출처=Pixabay)
(안영민 기자) 캐나다의 음식배달 산업이 이민자와 유학생 등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플랫폼 기업이 알고리즘과 팁 구조를 통해 사실상 최저임금 이하의 ‘불안정 노동’을 제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몬트리올 콘코디아대 이민사회연구소(IRMS)의 에밀 바릴 박사후연구원은 최근 캐나다 노동연구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배달앱 산업의 급성장이 값싼 청년·이민자 노동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앱에 로그인해도 주문이 없으면 대기시간은 전혀 보상되지 않는다”며 “이 무급 대기시간이 결국 실제 임금을 최저임금 이하로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캐나다의 음식배달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달하우지대 농식품분석연구소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4명 중 1명이 정기적으로 우버이츠(Uber Eats), 도어대시(DoorDash), 스킵(Skip) 등 앱을 이용한다. 팬데믹 직전 ‘5명 중 1명’ 수준이던 이용률이 크게 상승한 것이다.
바릴 연구원은 2016년부터 우버 승차공유 서비스를 연구하다가 2019년부터 음식배달 플랫폼으로 연구 대상을 넓혔다. 2021년 여름에는 스스로 배달원으로 일하며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그는 “처음엔 일반 자전거로 시작했지만 몇 시간 이상 일하려면 결국 수천 달러짜리 전동자전거가 필요했다”며 “일을 시작하자마자 빚을 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몬트리올과 토론토의 배달노동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이 유학생 등 젊은 남성 이민자였다. 이들은 학비를 내거나 자격인증을 기다리며 장시간 근무했으며, 교통체증이나 식당 지연 등 통제할 수 없는 변수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은 사실상 관리자의 역할을 하며, 평가와 팁, 불만 신고를 통해 배달원의 수입을 좌우하는 구조였다.
특히 팁이 배달노동자의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팬데믹 전 5~15%에서 현재 30~50%로 급증했다. 한 토론토 배달노동자는 “팁이 없으면 시간당 2~3달러밖에 못 버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배달앱 기업들이 노동자 수를 무제한으로 늘려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누가 더 낮은 단가의 주문을 받아들이느냐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알고리즘은 노동자의 속도·수락률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별 요금을 책정해, ‘가장 낮은 금액이라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은’ 노동자에게 낮은 임금을 제시한다.
바릴은 “불안정할수록 낮은 단가의 주문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다시 빈곤한 노동으로 되돌아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온타리오주는 올해 7월 1일부터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 권리법’을 시행해 배달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부여했지만, ‘배달 중(active delivery time)’ 시간에만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반쪽짜리 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연구진은 “배달앱은 글로벌 기업으로, 각국 정부가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거대한 구조”라며 “플랫폼 기업의 이익 뒤에는 이민자 노동자들의 무급 대기와 불안정한 삶이 자리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