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취업 비자의 덫… 직장을 잃는 순간, 영주권도 생계도 흔들린다
연방 규제 강화와 구제 제도 전환 속, 구직 공백이 초래하는 경제적 손실, 앨버타 한인 청년들의 정착 기회비용을 추적
사진출처: 기자가 묘사하고 AI가 그림
(이은정 칼럼) 캐나다 연방정부의 고용주 지정 취업비자(Closed Work Permit) 전수조사가 유례없이 강화되면서, 캘거리를 비롯한 앨버타 내 한인 청년들의 노동 시장 진입 경로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합법적 체류와 영주권이라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며 달려가던 이들은 예기치 못한 고용주 파산이나 부당 대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중이다. 단순한 신분상의 위기를 넘어, 벼랑 끝에 몰린 청년들이 짊어져야 하는 막대한 경제적 출혈은 낯선 타국에서의 삶에 가혹한 현실적 장벽을 더하고 있다.
옥죄는 규제 속, 무너진 노동 시장 진입로
최근 이민 난민 시민권부(IRCC)와 서비스 캐나다(Service Canada)는 노동 시장 영향 평가(LMIA) 및 관련 취업비자에 대한 감독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로 인해 서류상의 작은 흠결이나 고용주의 재무 상태 악화가 곧바로 노동자의 비자 취소나 고용 단절로 이어지는 사례가 현장에서 속출하고 있다.
특히 앨버타의 주요 산업군에 종사하며 주정부 이민(AAIP)을 준비하던 한인 청년들은 고용주에게 절대적으로 종속된 비자의 특성상 옴짝달싹할 수 없는구조적 굴레에 갇히게 되었다.
직장 내 부당 대우를 겪거나 고용주가 하루아침에 파산하더라도, 비자가 묶여 있어 즉각적인 이직이 불가능하다. 당장 내일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에게 제도의 벽은 너무나 높고 단단하다.
'구제'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험난한 여정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숨통을 트여줄 유일한 탈출구는 '취약 노동자를 위한 오픈 워크퍼밋(OWP-V)'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류 더미 속 절차와 현실의 괴리는 크다.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방대한 증거 자료 수집부터 실제 OWP-V 승인까지 보통 수 주에서 수개월의 불확실한 대기 시간을 견뎌야만 한다.
어렵게 비자를 받아 자유로운 구직 활동이 가능해지더라도 산 넘어 산이다. 앨버타 내에서 AAIP 지원 자격을 충족하는 새로운 고용주를 찾아 6개월 이상의 근로 조건을 처음부터 다시 채워야 한다. 원래 계획했던 영주권 취득 시기보다 최소 1년에서 1년 반 이상이 훌쩍 지연되며, 그 시간 동안의 불안감은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통장 잔고가 증명하는 냉혹한 생존의 기회비용
신분 변경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타격은 책상 위에서 계산되는 수학 공식처럼 단순하고 깔끔하지 않다.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의 통장 내역은 청년들의 정착 의지를 꺾을 만큼 막대한 재무 손실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캘거리 지역의 한 업체에서 일하던 20대 후반 한인 청년 김 모 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당한 처우에도 비자 때문에 참아오다 결국 OWP-V를 신청한 그는 새 비자가 발급될 때까지 4개월간 수입이극심한 소득 절벽을 경험해야 했다. 김 씨는 "이민 법무사 선임 등에 들어간 2,500달러는 신용카드로 할부 결제했고, 수입이 없는 4개월 동안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렌트비 1,200달러와 자동차 보험료, 최소한의 식비 등 8,000달러가 넘는 생활비는 마이너스 통장과 한국에 계신 부모님의 도움으로 간신히 메꿨다"고 털어놨다.
과거처럼 추가 근무(Overtime) 수당을 기대할 수 없는 구직 공백기와 서류 준비에 들어간 숨은 부대 비용을 합치면, 김 씨가 체감하는 실제 손실액은 1만 5,000달러를 가볍게 웃돈다. 최저임금 기준의 정형화된 시간당 계산 방식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청년들이 타국에서 버텨내기 위해 빚과 맞바꾼 절박한 시간의 무게다.
제도적 구제책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험난한 다리를 건너며 치러야 하는 가혹한 생존의 기회비용은 가장 취약한 노동자의 어깨를 여전히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