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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글 > 비록 늦었지만 스승에게 보내는 편지 _ 원주희 (캘거리 문협)

 
늘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막상 써서 그 편지를 붙이기까지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편지는
첫째로, 군대 있을 때 애인에게 썼던 편지입니다. 내가 써서 보내는 편지는 옆에 있는 동료들이 잘 모릅니다. 그러나 부대 내로 들어오는 편지는 동료들의 부러움을 샀습니다. 그래도 그 편지 한 통이 군대 생활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둘째로는, 스승의 편지입니다.
제 마음 속에 스승이 있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스승에게 감사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마음.
늘 죄송함 뿐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소설가 전상국 선생님.
수업 시간에, 계속 졸았던 생각이 납니다. 선생님 목소리는 톤이 굉장히 낮아서, 잠자기 딱 좋은 목소리입니다.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는데, 학생들을 때리거나 민망하게 꾸짖거나 하시지 않고.
어쩌다가 “너 어제 밤에 뭐 했어? 밤에 할 일은 잠자는 일이 우선이다. 잠이 보약이다.”라고 말씀하시던 생각이 납니다.
그 스승님을 대학을 졸업하고 , 고등학교 동창회 모였을 때 몇몇 친구들이 “야! 우리 한번 춘천에 내려가서 교수님 만나 보자.” 하고 만나봤던 선생님.
춘천의 막국수와 보리밥이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이 나는 것은, 스승에 대한 애틋함입니다.
옆에 있을 때, 자주 뵙지 못하고 자주 감사의 표시를 못했던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스승의 날을 또 훌쩍 넘겨 버렸습니다.

그래도 2025년도는 다행입니다. 스승의 날를 생각하고. 스승에 대한 편지글을 쓰니 말입니다.
이 글도 5월 15일 이전에 썼어야 했는데. 미리 쓰지 못하고, 미리 부치지 못한 편지를 늦게 나마, 이 캘거리 땅에서. 신문을 통하여 보냅니다.

선생님.
육십을 훌쩍 넘긴 지금도 생각나게 하는 것은, 선생님이 우리에게 잘 가르쳐주고 점수를 잘 줘서가 아니라.
수업 시간 중간중간. 톨스토이 이야기도 해주시고. 니체 얘기도 해주셨기 때문이다.
황순원 선생님에 대한 말씀도 해 주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올 봄에 양쪽 눈 수술을 하고 약 두 주 정도 주로 눈을 감고 지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눈 수술 후에 안 좋다 하여, 가능하면 스마트폰을 안 보려 했습니다. 그래도 일주일이 지난 뒤부터 니체, 쇼펜하우어. 노자, 톨스토이, 라인홀드 니이버 등의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통하여
들으면서 자꾸 선생님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헉생 시절
선생님 말씀이 들어오지 않더니 50년이 지난 지금, 스마트폰 책 읽어주는 사람을 통하여 제 마음 속에 울려 퍼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선생님이 저희들을 가르쳐 주던 그 시절, 학교 수업도 중요하지만 인생 수업도 중요하다는 말이 그때는 귓가에 들리지 않았었습니다.
이 AI 시대에 무슨 철학자들의 말이 의미가 있겠습니다마는. 그래도 제 가슴 속에 그 철학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선생님에 대한 추억과 함께.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땅에 스승은 커녕 선생도 없어진 시대에 , 모든 것이 스마트폰으로 통하고 모든 SNS로 통하는 시대에. 우리가 책을 이야기 하고. 인생을 이야기 하고, 철학을 얘기했던 그 시절이
정말 그립습니다.

오늘날도 이 먼 땅에서, 문학을 한다고 문인협회에 속해 있으면서, 많은 좌절과 실망 속에서, 그래도 선생님이, 문인의 길을 가셨던 것처럼. 저도 어떻게 하면 그 그림자 옆에서라도 쫓아갈 수 있을까? 부단히 애를 쓰는 시간입니다.

캘거리에서 만난 또 다른 스승님.
저에게 카메라에 대해서 알려주시고. 사진 철학에 대해서 기초적인 기능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을 알려주신 챨리 스승님을 또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에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늦깎이 아마추어 사진가 .
인생에서 좋은 스승님을 만나. 사진을 찍으며 취미 활동을 하고 그 시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나이가 어지간히 들어서 사진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2025년도 6월.
스승의 날도 한 달이나 훨 지나간 이 시점에. 스승에게 비록 늦었지만 보내는 편지를 쓰는 것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선생님은 학생 시절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에 스승님을 모시고 사는 인생은, 5월의 스승의 날을 훌쩍 보내고 나서, 스승님에게 늦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를 쓸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원주희 (캘거리 문협)
캘거리 필름 카메라 모임
캐나다 한인 사진 동호회
캘거리 한인 문인협회
한국 디카시인협회 캘거리 지부

기사 등록일: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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