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 필름 카메라로 쓴 시 - 연작 7
글 : 원주희 (캘거리 문협)
숲을 닮아간다는 것은
서로를 고치려 들지 않고
함께 있음으로
회복되는 법을 배우는 일
함께 걷는 발걸음은
각자의 상처를 묻지 않고
함께 멈춘 숨은
지금 살아 있음만을 허락한다
곧게 선 스프루스는
그늘을 독점하지 않고
이끼는 낮은 자리에서
마른 시간을 적신다
쓰러진 나무는
끝이 되지 않고
다음 생이
쉴 자리를 만든다
큰 나무 아래의 쉼은
위로가 아니라
견뎌도 된다는 신호
높음과 낮음
교목과 관목
이름 모르는 풀잎까지
서로의 결핍을 메우며
숲은 스스로를 치유한다
우리는 숲 속에서
나아지려 애쓰지 않아도
조금 덜 아프게 살아간다
서 있는 자리마다
관계가 되고
회복이 되고
치유는 목표가 아니라
공존이 남긴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