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하나로 다 되는 세상
글 : 장지혜 (캘거리 문협)
지금은 2021년. 코로나로 집에만 머물던 어느 날, 아이들과 저녁을 먹다가 큰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핸드폰 언제 처음 생겼어? 37살 때 생겼나?”
“그럼 2년 전에 핸드폰을 샀다는 이야기인데, 말도 안 되지!” 그렇게 우리의 대화가 시작됐다.
“리아야, 옛날에는 핸드폰이 없었고 ‘삐삐’라는 게 있었어.”
그러자 둘째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삐삐가 뭐야?”
나는 딸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누군가에게 연락이 오면 삐삐가 울렸어. 그런데 그 음성 메시지를 들으려 공중전화를 찾아가야 했단다. 엄마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쉬는 시간마다 공중전화 앞에 줄이 정말 길었어. 다들 음성 메시지를 들으려고 말이야.”
불과 20여 년 전의 일인데도 까마득하게 느껴진다.설명은 계속됐다. “‘시티폰’이라는 전화도 있었어. 지금 핸드폰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기지국 근처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어. 신호를 잘 잡아야 했고, 통화를 하려면 학교 화장실에 가서 조심스럽게 몰래해야 했지.”
“왜?” “그때는 휴대전화기나 삐삐를 학교에서 사용하면 뺏기던 시절이었다고 설명을 하지만 아이들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눈치였다.그러는 순간에 내가 사용했던 핸드폰들이 떠올랐다. 배우 전지현과 가수 이효리가 광고했던 애니콜, 예쁜 글씨체로 인기를 끌었던 스카이 핸드폰, 배우 김태희가 선전했던 LG 초콜릿폰…. 수많은 휴대전화기가 내 손을 거쳐 갔다. 그때마다 기능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문자 메시지에 이모티콘이 생기고, 전화 기능만 있던 기기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소리바다’에서 받은 MP3 파일을 휴대전화 저장공간에 넣어 듣기도 했다. 그러다 한국인들은 카카오톡이 등장하면서 문자 대신 카톡을 사용하게 되었고, 문서와 사진, 동영상을 손쉽게 주고 받으며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놀라울 만큼 세상은 변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변화 속에 매일 노출되어 있기에, 얼마나 크게 달라졌는지 실감하지못했다. 앞으로는 AI 시대에는 또 얼마나 변할까? 생각하며 옛날을 회상한다.
“텔레비전이 나오는 시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새 애플워치와 갤럭시 워치가 출시되었다. 시간은 물론 문자 확인과 건강 관리까지 가능하다. “얼굴을 보며 통화하면 얼마나 좋을까?” 했더니 영상통화할 수 있는 스카이프가 나왔고,
이제는 핸드폰 하나로 한국에 있는 가족과도, 뉴질랜드에 사는 친구와도 실시간으로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다. 상상만 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었지만, 나는 그 사실을 금세 잊고산다.
딸 아이의 질문은 나를 타임머신에 태워 과거로 데려갔다. 그리고 현재를 돌아보게 했다. 나는 인스타그램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잠들기 전 책을 읽던 습관 대신 유튜브를 보다가 잠이 든다. 누군가 올려놓은 정보를 저장해 두었다가 까맣게 잊어버리는 피드들이 쌓여 간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디즈니에 볼 것은 넘쳐 나지만 예전처럼 설레지는 않는다. 종종 보고 난 뒤 남는 것은 시간의 아까움과 죄책감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것들과의 헤어짐을 선언하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고 왠지 모르게 겁이 날뿐이다.
이제는 손글씨보다 타자가 더 편하고 극장에 가는 것보다 리모콘을 누르는 것이 편안한 삶 속에서 나의 아날로그 능력은 조금씩 퇴화하고, 디지털은 그 속도를 더해 간다.
그래서 결심했다. 올해는 꼭 ‘디지털 디톡스’를 해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