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세금 신고 철이 다가오면 납세자들은 캐나다 국세청(CRA)의 세법 개정 동향에 귀를 기울인다. 대다수 일반 납세자에게 ‘신탁(Trust)’이라는 단어는 고액 자산가들이 전문 변호사를 통해 복잡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자산 승계를 설계할 때나 사용하는 특수한 제도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 세무업계의 중심에 선 ‘Bare Trust(단순 신탁)’는 일반 납세자의 실생활과 생각보다 깊숙이 맞닿아 있다. 이 제도가 무서운 이유는 명확한 계약서가 없더라도, 심지어 당사자들이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오직 '실제 사실관계(Facts)'에 따라 성립되기 때문이다.
Bare Trust의 법적 정의를 이해하려면 자산의 ‘법적 소유자(Legal Owner)’와 ‘실질적 소유자(Beneficial Owner)’의 분리 개념을 알아야 한다. 부동산 등기부나 은행 계좌 명의에는 엄연히 특정인의 이름이 올라가 있지만, 그 자산의 취득 자금을 전액 대고, 실질적인 관리 통제권을 행사하며, 향후 발생할 모든 경제적 이익이나 손실을 가져가는 주체가 따로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때 명의만 빌려준 사람은 실질 소유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이름뿐인 대리인’에 불과하며, 세법상 이것이 바로 Bare Trust의 전형적인 형태다.
여기서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은 ‘입증 책임(Onus of Proof)’의 소재다. 향후 CRA가 자산의 소유 구조에 의문을 제기하고 조사에 착수했을 때, 해당 자산 관계의 실질이 무엇인지를 명확한 논리와 객관적 증거로 설명해야 하는 책임은 기본적으로 납세자에게 있다. 세법상 근거자료가 부족한 주장은 자칫 사후적으로 짜 맞춘 논리로 보일 수 있고, 이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여 의도하지 않은 과세나 페널티로 이어지게 된다.
본래의 입법 취지는 외국인 투자자의 불투명한 자산 보유 구조, 개인과 법인 간의 불명확한 명의 구조형태, 그리고 조세 회피 가능성을 차단하여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조세 투명성과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강화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일반 납세자라 할지라도 단순한 '가족 간의 편의상 거래'라는 이유만으로 안심했다가는 뜻밖의 세무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개정된 제도의 핵심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다음 2회 차 예고] "내 상황은 당연히 예외겠지?" 2026년부터 본격 적용되는 신설 면제 조항(Bill C-15)의 기준과, 납세자가 간과하기 쉬운 예상치 못한 벌금 규정의 실체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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