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산불 시대, 한국·앨버타 대응 어디까지 왔나- "기후위기 속 산불 계절 경계 사라져" 우려
강원·경북 10만ha 피해, 앨버타도 대피령, 한국은 중앙집중, 캐나다는 분권대응 전략
지난달 25일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발생한 산불 (사진 출처 : 앨버타 산불 서비스)
(이정화 기자) 한반도와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불 시즌’ 경보가 내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올해 4월 경북·강원에서 대형 산불이 벌어졌다. 앨버타주에서는 지난달 말 북부 스완힐스 주변에서 1600 헥타르(㏊)가 넘는 산림이 탔다.
앨버타 산불관리국 Wildfire에 따르면 올 5월 들어 스완힐스 인근 산불로 하루 새 160ha 규모가 소실됐다. 그랜드 프레리(Grande Prairie) 지역 주민들은 대피명령을 받고 인근 도서관으로 이동했다.
이번 산불로 석유·가스 시추 시설도 잠정 중단됐다. 또 해당 지역은 주정부의 대대적인 진화 작전이 진행 중이다.
Wildfire는 “야간 시야 확보 헬기와 소방 장비 및 인력을 집중 투입했고 인근 주(州) 소방대와 미 북서부 주 소방대도 지원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지난달 초 기준 캐나다 전체적으로는 약 200건의 활화산처럼 불이 붙은 산불이 동시에 발생했다. 이 중 절반이 ‘통제 불가’ 상태였다. 피해 면적도 이미 200만ha(약 4.9백만 에이커)에 이르렀다.
같은 시기 한국도 산불로 시름을 앓고 있었다. 경북·강원 지역에서 10만㏊ 이상 산림 피해와 인명·재산 피해를 겪었다. 건조한 날씨에 무단 소각이 강풍과 겹쳐 불길이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역은 9일 넘게 진화 작전이 이어지는 초장기 산불로 기록되기도 했다.
지난 3월 25일 경북 안동시 한 도로 옆 야산으로 불이 번진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산불 앞 한국은 '중앙집중' 캐나다는 '분권대응' 전략
산불이 잦아진 만큼 불을 다루는 두 나라의 방식도 눈에 띈다. 한국과 캐나다의 대응법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한국은 산림청 중심의 중앙집중형 체계를 갖고 있다. 매년 봄·가을을 ‘산불조심기간’으로 지정해 전국이 동시에 경계 태세에 들어간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헬기와 군·소방 인력이 총동원돼 전국 단위로 진화에 나서는 구조다.
하지만 헬기 중심 대응 방식의 한계도 지적된다. 기체 노후화와 동시다발 산불 시 진화 공백 등이 문제로 꼽힌다. 이에 따라 AI(인공지능) 카메라와 드론 산불진화대, 상시 전문 진화인력(특수진화대) 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반면 캐나다는 주정부가 산불 대응을 책임지는 분권형 시스템이다. 예컨대 앨버타주는 Wildfire 기관이 자체 인력과 장비를 운용한다. 필요시 다른 주나 연방정부, 해외 지원까지 요청할 수 있다.
또 한국은 인위적 요인(논밭 소각, 입산자 실화 등)이 산불 원인의 대다수를 차지해 사람 관리와 통제 중심으로 산불에 대응한다.
캐나다는 번개 등 자연 발화 비율이 높아 기상 기반 경보 시스템과 마을 방재 프로그램(FireSmart), 연료관리 등 사전 예방 체계에 주력한다.
두 나라 모두 사계절 산불 위협에 맞춰 대응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산불 비수기라는 개념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기후 변화가 부른 ‘이상 불 시즌’ 경고
두 나라의 대응 방식만큼 최근 산불이 나타나는 방식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기후학계는 “평년보다 더워지고 건조한 봄날씨와 여름 전환기의 강풍이 산불 발생과 확산을 촉진했다”고 분석한다. 그도 그럴 것이 캐나다 서부 지역은 이달 초부터 역대 2위 수준의 ‘불꽃 핫스팟’ 발생을 기록하고 있다.
또 한국 산림청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4~2025년 겨울·봄철 동안 경북·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 면적은 10만㏊를 훌쩍 넘었다. 이는 일반적인 봄철 피해 규모의 3배에 달한다. 특히 나무 위의 불씨가 눈 아래에서 살아남았다가 봄에 재점화되는 ‘좀비 산불’도 간헐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UNEP(유엔환경계획)는 “현재 추세라면 오는 2100년까지 전 세계 산불 발생이 50%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위기에 따른 대형산불이 현실이 된 만큼 365일 내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불 시즌’은 더이상 봄·가을이 아닌 사계절 과제가 됐다. 올여름 이후 두 나라의 산불 대응 체계도 시험대에 올랐다. 각 나라의 기후 조건과 산불 시스템에 맞춰 ‘상시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