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칼럼) 책만 빌리고 공부만 하는 곳? 캘거리 도서관 - 숨은 혜택들 꼼꼼히 챙기자
사진 출처: 캘거리 공공 도서관(시그널 힐)
(이은정 객원기자) 캘거리의 겨울바람이 매서울수록 도서관의 공기는 훈훈하다. 많은 교민이 캘거리 공공도서관(Calgary Public Library)을 단순히 책을 빌리거나 아이들 숙제를 하는 곳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거대한 '복합 문화 기지'이자, 초기 정착 비용을 상당히 줄여주는 경제적 조력자이다. 12불 연회비가 무료로 전환된 지 오래인 지금, 도서관 카드는 앨버타 헬스 카드만큼이나 필수적인 생존 아이템이 되었다.
가장 실질적인 혜택은 매월 제공되는 5달러의 인쇄 크레딧이다. 이민 생활 초기에는 각종 서류 복사나 인쇄할 일이 잦은데, 집에 프린터를 두기엔 유지비가 부담스럽다. 도서관 회원이라면 누구나 매월 흑백 50장(장당 10센트) 또는 컬러 20장(장당 25센트) 분량을 무료로 출력할 수 있다.
이 크레딧은 매달 1일에 새로 다시 충전되니, 알뜰한 교민들은 이를 놓치지 말아야 할 '월간 혜택'처럼 여기며 활용한다.
디지털 콘텐츠의 확장은 도서관의 혁신을 보여주는 가장 큰 대목이다. '링트인 러닝(LinkedIn Learning)' 같은 고가의 전문 직무 교육 사이트를 도서관 계정으로 무료 수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IT 기술부터 비즈니스, 디자인까지 수천 개의 강의가 제공되어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된다. 또한 '로제타 스톤(Rosetta Stone)' 같은 언어 학습 프로그램도 무료로 이용 가능해 영어 실력 향상을 꿈꾸는 이민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플랫폼인 'Libby' 앱의 활용도 역시 놓칠 수 없다. 영문 서적뿐만 아니라 한국어 잡지와 신문도 '프레스리더(PressReader)'를 통해 실시간으로 열람할 수 있다.
캘거리의 폭설로 집 밖을 나서기 두려운 날, 태블릿 PC 하나로 전 세계의 베스트셀러와 고국의 소식을 안방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정보의 격차를 줄여주는 도서관의 핵심 기능이다.
자녀를 둔 가정에게 도서관은 최고의 놀이터이자 교육 현장이다.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넘어 코딩 교육, 레고 클럽, 숙제 도우미 등 연령별 맞춤 프로그램이 연중 무료로 운영된다.
주말이면 인기 있는 박물관이나 과학관의 무료입장권을 대여해 주는 프로그램도 경쟁이 치열하지만 노력해볼 만한 혜택이다.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돈 없이도 문화를 향유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산교육의 장이다.
도서관 공간 자체가 주는 위로 또한 크다. 캘거리의 도서관들은 대부분 채광이 좋고 따뜻하다.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 통유리 창가에 앉아 멍하니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거나, 무료로 대여해 주는 미팅룸에서 지인들과 소소한 담소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이민 생활의 외로움은 어느 정도 달래진다. 낯선 땅에서 조건 없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심리적 안전망이다.
캘거리 공공도서관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제 그곳은 지식의 창고를 넘어, 이민자들이 정보를 얻고, 기술을 배우며, 커뮤니티와 연결되는 '성장의 베이스캠프'가 되었다. 지갑 속에 들어 있는 도서관 카드를 꺼내보자. 그 작은 플라스틱 카드 한 장에 우리의 캘거리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수 있는 수만 가지의 가능성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