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프랑스어 TV 토론, 역시 핵심 쟁점은 '트럼프에 맞설 인물' - 프랑스어 취약한 카니, 선방 했단 평가
BBC :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 대표들이 첫 프랑스어 TV 토론을 가졌다. 왼쪽부터 NDP의 재그밋 싱, 마크 카니 총리, 블록 퀘벡의 이브 프랑수아 블랑셰, 보수당의 피에르 푸알리에브르
(안영민 기자) 연방 선거를 앞두고 캐나다 정당 대표들이 16일 첫 프랑스어 TV 토론을 가졌다. 선거일까지 불과 열흘 남짓 남은 가운데 진행된 이번 토론은 각 당의 전략과 정책을 본격적으로 검증받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에는 경제, 주택, 이민 등 다양한 국내 현안이 논의됐지만, 결국 가장 큰 쟁점은 "트럼프에 맞설 최적의 인물은 누구인가"로 압축됐다.
토론 무대에는 집권 자유당의 마크 카니 총리를 비롯해 보수당의 피에르 푸알리에브르, 블록 퀘벡의 이브 프랑수아 블랑셰, 신민주당(NDP)의 재그밋 싱 등 4당 대표가 참여했다. 특히 이번 토론은 프랑스어권 유권자가 밀집한 퀘벡주에서의 민심을 얻기 위한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최근 발표된 나노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유당은 1월 보수당에 47% 대 20%로 뒤졌던 지지율을 뒤집고 현재는 8%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퀘벡주는 선거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지역으로 이곳에서의 승부는 총선 전체 판세를 좌우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니 총리는 토론에서 "이번 선거의 핵심은 누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설 수 있는 인물인가"라며 "저는 저스틴 트뤼도 전 총리가 아니며 트럼프를 상대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했다.
푸알리에브르는 이에 대해 "캐나다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카니 총리는 트뤼도와 다를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카니는 변화를 실현할 수 없다"며 자유당 4선 집권의 연장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랑셰 대표도 "지도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철학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유당의 체질 변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카니 총리는 이런 지적에 대해 "트뤼도 전 총리와의 차이점 중 하나는 제가 경제 성장에 훨씬 더 중점을 둔다는 것"이라며 "사실 우리가 처한 이 상황에서, 위기의 규모를 고려할 때, 저는 경제 성장에 끊임없이 집중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대응했다.
토론에서는 트럼프 대응 외에도 주택 문제, 에너지 정책, 이민 등 국내 현안도 논의됐다. 푸알리에브르는 주택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고, 카니 총리는 저탄소 에너지 확대를 강조했다. 또, 이민 문제와 관련해선 대부분의 후보가 사회 통합 역량을 고려한 정책 개선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프랑스어 실력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 카니 총리는 일부 질문에 짧은 답변을 하거나 논점을 명확히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결정적인 실수 없이 토론을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몬트리올 맥길대 정치학과 다니엘 벨랑 교수는 "카니는 큰 실수 없이 토론을 마쳤고, 퀘벡에서의 자유당 우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토론은 같은 시각에 열리는 몬트리올 캐나디언스와 캐롤라이나 허리케인스의 NHL 경기 일정을 고려해 시작 시간이 두 시간 앞당겨졌다. 캐나다 정치에서 하키가 토론 일정에 영향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선거에서도 하키 경기와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토론이 연기된 바 있다.
영어 토론은 17일 저녁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프랑스어 토론이 퀘벡의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면, 영어 토론은 전국적인 판세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