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엔 맥주, 캘거리 축제엔 대마...뒤바뀐 거리 규범 - 캘거리, 대마 소비 합법·공공 음주 금지, 한국, 공공 음주 관용·대마 전면 불법
시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맥주 등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국일보)
캘거리 보우강 산책로 벤치에서 발견된 대마초 사용 흔적 (사진 : 이정화 기자)
(이정화 기자) 서울 한강공원에선 돗자리 위 맥주가 일상이다. 반면 캘거리 도심에서 캔맥주를 열면 단속 대상이 된다. 대마초는 정반대다. 캐나다는 성인의 구매와 소지가 합법인 반면 한국은 소지만 해도 처벌받는다. 두 도시의 풍경은 술과 대마를 둘러싼 법과 관습의 차이에서 갈라진다.
■ 캘거리, 축제서 대마 판매 합법화...공공 음주는 예외 허용
시의회는 올해 4월 성인 전용 행사장에서 대마 판매를 허용했다. 지난달에는 미성년자 참여 행사에서도 제한 구역 내 판매를 가능하게 했다. 이로써 캘거리는 기존에 불가능했던 축제·공연장 내 대마 판매가 합법화됐다. 최근 음악 축제 ‘컨트리 썬더(Country Thunder)’에서도 성인 전용 구역에 임시 판매 부스가 운영됐다.
그도 그럴 것이 캘거리는 대마를 합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도시다. 대마는 지난 2018년 연방법상 합법화돼 앨버타에서는 성인(만 18세 이상)이 최대 30g까지 소지할 수 있다.
시내 공공장소 사용은 전면 금지다. 하지만 다운타운 도심과 보우강 산책로 등에서는 여전히 일부 이용객이 대마를 피우는 모습이 목격되고 특유의 냄새가 새내기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대마와 달리 술에 대해서는 규제가 한층 엄격하다. 앨버타의 주류·대마·도박법은 공공장소내 음주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왔다. 시는 질서 유지와 쓰레기 문제를 이유로 이를 강화해 관리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는 일부 공원과 피크닉 테이블, 겨울용 화덕 구역을 허용 구역으로 지정했다. 시민은 예약된 테이블이나 표시된 구역에서만 술을 마실 수 있다. 이처럼 캘거리는 대마와 주류를 허용 구역 중심으로 구분해 관리하며 축제와 일상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 서울, 한강 맥주는 관용...대마는 전면 불법
술보다 대마가 더 강하게 규제되는 캘거리와 달리 한국은 술보다 대마에 단호하다. 한국은 전국적으로 노상 음주를 전면 금지하는 법이 없다. 대신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금주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서울시는 최근 한강공원에서 음주를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했지만 시의회에서 보류됐다. 현행으론 한강에서 맥주 한 캔이 여전히 가능하다. 도심 거리나 공원 벤치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도 흔히 목격된다.
반면 대마는 전면 불법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지와 사용과 매매가 모두 금지된다. 지난 2018년 이후 의료용 대마 일부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정부는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대마를 사용했더라도 내국인은 귀국 후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공공 음주에선 관대하지만 대마에 대해서는 전면 불법이라는 선을 유지하고 있다.
■ 다른 선택이 만든 거리 모습
두 도시는 공공질서와 개인 자유의 경계를 서로 다르게 그려왔다.
실제 통계도 이들의 차이가 실제 시민 인식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Health Canada 통계에 따르면 캐나다 청년층(16~19세)의 대마 사용 경험은 2023년 기준 43%로 전년도보다 늘었다. 대마 합법화 찬성 비율은 53%에 이른다. 합법성과 관용이 일상 문화에 점차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다.
한국리서치의 설문조사(2022년 기준)에는 1000명 중 82%가 대마 합법화에 반대, 77%는 의료용 대마의 자유로운 구매에도 반대하는 의견을 보였다. 대마에 대한 사회적 수용의 문턱이 비교적 높은 점을 시사한다.
시민들은 각자의 경험을 통해 두 도시의 차이를 체감한다. 다운타운에 거주하는 20대 한인 워홀러 A씨는 “캘거리에 처음 와서 다운타운을 걷는데 대마 냄새가 확 풍기는 걸 보고 문화 차이를 실감했다"면서 "공원에 음주 허용 테이블이 따로 있다는 것도 신기했는데 대신 길거리 술은 안 된다는 게 의외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학생 B씨는 "술을 길에서 못 마셔도 크게 아쉽진 않았고 오히려 규칙이 분명해서 혼란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C씨는 “한강에서 돗자리를 펴고 즐기는 맥주 문화는 여전히 인기”라면서도 “여름철 빼곡히 모인 인파와 넘쳐나는 쓰레기, 취객의 소란까지 겹치다 보니 야외 음주가 마냥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캘거리는 ‘공공 음주 제한·대마 소비 합법’, 한국은 ‘공공 음주 관용·대마 전면 금지’라는 상반된 틀을 갖췄다. 어느 쪽이 더 낫다기보다 법과 관습, 정치적 합의가 빚어낸 결과라는 점이 핵심이다. 제도는 고정돼 있지 않다. 서울의 공공 음주 규제 논의나 캘거리의 공원 음주 운영처럼 도시는 현실에 맞춰 규범의 눈금을 다시 맞춘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도시는 시민 생활과 환경 조건에 맞춰 또 다른 선택지를 내놓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