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어머니’ 위한 모금, 알고 보니 ‘가짜’ - 밴쿠버 필리핀 축제 참사 피해자 가장한 가짜 모금, 1,700명서 5만7천달러 모금
Yahoo News Canada
(안영민 기자)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필리핀계 거리축제 중 발생한 차량 돌진 참사를 악용해, 존재하지 않는 피해자를 내세운 가짜 기부 캠페인이 등장했다가 철회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6일 밴쿠버의 ‘라푸라푸 데이(Lapu-Lapu Day) 축제’ 현장에 SUV 차량이 돌진해 11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직후, ‘Reyna Dela Peña’라는 여성의 유해를 필리핀으로 송환하기 위한 기부 캠페인이 GoFundMe 사이트에 개설됐다.
캠페인은 Dela Peña를 “두 아들을 위해 혼자서 헌신한 사랑 많은 어머니”라고 소개하며, 그녀가 축제 현장에서 음식 트럭을 향하던 중 차량에 치여 숨졌다고 주장했다. 캠페인 주최자는 Dela Peña의 ‘절친한 친구’라고 밝히며, 유족 지원 및 장례 절차를 위해 기부를 요청했다.
이 감성적인 사연은 순식간에 1,700명 이상의 후원자들을 끌어모아 총 5만7,680달러를 모았다. 그러나 단 이틀 만인 28일 캠페인은 갑작스럽게 일시 중단됐고, 다음 날에는 완전히 삭제됐다.
◼ GoFundMe “플랫폼 악용, 전액 환불…조사 협조 중”
GoFundMe 측은 “해당 캠페인은 규정 위반으로 삭제됐으며, 주최자는 향후 플랫폼 사용이 금지됐다”고 밝혔다. 특히 “주최자는 모금액에 단 한 푼도 접근하지 못했다”며 모든 후원금은 전액 환불 조치됐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이어 “플랫폼 악용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며, 실제 피해자 지원을 원할 경우 자사의 검증된 캠페인 허브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 SNS 통해 정체 드러나…사진 도용 피해자도 나와
캠페인의 진실성에 의문을 품고 이를 SNS에 알린 것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칠리왁의 부동산 중개인 라켈 나라웨이였다. 그녀는 "피해자 명단에도 없고, SNS에 전혀 정보가 없는 이름"이라며 지인을 통해 캠페인의 진위를 검증하려 했지만 누구도 이 여성을 아는 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런 가운데, 미국 네바다주에 거주 중인 필리핀 여성 한 명이 자신의 사진이 해당 캠페인에 무단 도용됐다며 이를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나라웨이는 “이런 사기 행위는 결국 피해자뿐만 아니라 선의로 기부한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주는 일”이라며 “기부는 조심스럽게, 검증된 경로로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경찰 “피해 신고 아직 없어…잠재적 사기 조심해야”
밴쿠버 경찰은 현재까지 해당 캠페인과 관련된 정식 사기 신고는 없지만, 피해가 없다는 뜻은 아니라면서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은 캠페인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GoFundMe 측에 직접 문의할 것을 권고하며, 사안에 따라 수사 협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GoFundMe는 “가장 강력한 기부자 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사기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와 함께 법 집행 기관과 긴밀히 협력한다”고 밝혔다.
한편 밴쿠버 참사 용의자로 체포된 범인 카이-지 아담 로(Kai-Ji Adam Lo, 30)는 현재 8건의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으며, 추가 기소도 예상된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6명은 현재 중상 혹은 위중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