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타 분리론 두고 주민들 ‘엇갈린 민심’… "분리해야 살 길" vs "우린 여전히 캐나다인" - 분리론 확산 속 주민들 "경제·미래 불안하다" 우려 확산
분리 독립론을 두고 앨버타 주민들의 찬반 논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출처=CityNews Edmonton)
(안영민 기자) 앨버타주에서 ‘분리 독립’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앨버타 공화당(전 버펄로당)이 최근 총선 이후 당원 수가 두 배로 증가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가운데, 당 지도부는 “앨버타는 더 이상 연방의 부속물이 아니다”며 독립을 의제화하고 분리 찬반 국민투표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실제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분리는 현실적 대안이 아니다"며 냉소를 보내는 이들도 많고, "분리만이 앨버타의 자산과 에너지를 지킬 길"이라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앨버타 주정부의 등록 정당인 앨버타 공화당(The Republican Party of Alberta) 대표 카메론 데이비스(35)는 "연방과 앨버타의 관계는 이제 '파탄' 상태"라며 "독립 없이 앨버타의 경제적 미래는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특히 그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당원 가입이 급증했으며 "연방의 정치가 앨버타 청년들의 주거·생계·일자리를 앗아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앨버타 공화당과 앨버타 독립당(TIP)은 앨버타주의 독립 운동을 발전시키고 통합하기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공화당 관계자들은 이 양해각서가 앨버타주의 독립과 장기적인 번영을 위한 통로로서 공화당의 정치적 동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사 제시 앨런(22)도 "앨버타는 연방에서 외톨이가 됐다"면서도 "독립은 서부 전체가 함께 움직일 때만 가능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 주민들 "감정적 폭주" 경계… "분리보다 협상과 대화 우선해야"
하지만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한 우려와 냉소가 엇갈리고 있다. 하이리버 주민 캐슬린 소크비트네(65)는 "스미스 수상이 분리 여론을 키우고 있지만, 앨버타는 여전히 캐나다"라며 "분리론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날렸다. 그는 "분리는 현실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라고 지적했다.
디즈버리에서 컴퓨터 가게를 운영하는 짐 페너(60) 역시 "연방 정부의 정책에 불만은 많지만, 분리라는 극단적 선택은 정치·경제적으로 무책임하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 세대부터 반오타와 정서가 깊었던 지역 배경을 소개하며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레드 디어에 거주하며 7명의 아이를 키우는 아니타 이완(34)은 "분리가 현실화되면 가장 취약한 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 보호 문제를 우려했다. "분리는 부유층, 보수층의 정치적 불만의 표현일 뿐, 현장의 서민들 삶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에드먼튼과 주변에서도 비슷하다. 셔우드 파크 주민 카렌 맥클레인(55)은 "오타와와 더 강하게 협상하고 더 많은 예산을 끌어올 필요는 있지만, 분리라는 극단적 목소리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소수의 목소리가 증폭돼 마치 주 전체가 분리를 원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앨버타 정가 분열… 경제·청년·원주민까지 갈등 심화
앨버타 내 분리론의 확산에는 앨버타 주 정부의 정책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다니엘 스미스 주수상은 국민투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했고, 분리론자들의 목소리를 '주류가 아닌 분노한 시민의 합법적 의견'이라며 두둔했다.
그러나 스미스 수상의 발언은 원주민 지도자들과 진보 진영으로부터 "국가 위기 상황을 조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원주민 커뮤니티들은 "분리는 원주민 자치권과 조약을 무시한 위험한 도박"이라며 강력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재 앨버타의 분리론 논란은 경제 불안, 정치적 불신, 젊은 층의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복합적으로 뒤얽혀 앨버타 정가와 지역사회 전반을 혼란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캐나다 국기를 꽂은 트럭과 거리 곳곳의 앨버타 깃발들이 대립을 상징하는 듯한 가운데, 앨버타는 '분리'라는 극단적 선택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원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