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 "캐나다는 팔리지 않는다"… 트럼프에 2차 국빈 초청한 英에 '불쾌감' - "킹 찰스 국빈방문, 트럼프 도발에 대한 캐나다 주권 재확인 의미"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영국 버킹엄 궁전에서 킹 찰스를 만나고 있다.(출처=skynews)
(안영민 기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최근 영국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차 국빈 초청을 두고 "캐나다 국민들이 실망했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가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캐나다의 '51번째 주' 편입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이 이 같은 민감한 상황을 외면하고 트럼프에 국빈 대접을 하자 카니 총리가 직접 '주권 수호'를 외친 것이다.
카니 총리는 14일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초청은 우리가 주권 문제에 대해 매우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던 시기에 이뤄졌다"며 "솔직히 말해 캐나다인들은 그 제스처에 감명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는 팔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또 킹 찰스 3세의 이달 말 캐나다 국빈 방문도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권 도발이 평시에도 존재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더욱 증폭된 상황"이라며 "이번 방문은 캐나다 주권을 재확인하는 상징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찰스 국왕과 카밀라 왕비는 27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리는 의회 개회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는 1977년 이후 처음으로 영국 군주가 캐나다 국회 개회식에 참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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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며 노골적인 압박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캐나다에서는 반미 감정이 확산되는 가운데, 영국의 '트럼프 구애'가 외교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올해 2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찰스 3세 국왕의 이름으로 2차 국빈 방문 초청장을 건넸다. 트럼프는 "영광"이라며 초청을 수락했고, 영국 정부는 "2019년 첫 국빈 방문이 대성공이었다"고 평가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미국과의 무역 관계 강화를 최우선 외교 목표로 삼고 있으며, 트럼프에 대한 '의전 공세'를 통해 양국 관계 복원을 꾀하고 있다. 트럼프와의 제한적 무역협정도 이달 초 체결했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 측은 "각국은 외교 방식을 자국 이익에 따라 결정한다"고 선을 그었다. 영국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영국은 미국과의 무역과 안보에서 강점을 살리고 있다"며 트럼프와의 관계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캐나다 측은 이번 초청이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미묘한 주권 문제를 무시한 처사라는 인식을 굳히고 있다. 영국 왕실이 최근 캐나다 군 훈장을 착용하거나 단풍나무를 식수하는 등 캐나다에 대한 상징적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왕의 이번 방문은 캐나다가 여전히 독립된 국가임을 세계에 재확인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