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옥 된 앨버타”… 캐나다 산불 연기, 유럽까지 덮쳤다 - 에드먼턴 공기질 ‘최악’… 주민 대피, 호주 소방대도 파견
10일 아침 에드먼턴 지역의 대기질 건강지수는 10+로 매우 위험한 오염 수준을 나타냈다. (사진출처=CityNews Edmonton)
(안영민 기자) 앨버타주가 사상 최악의 산불 시즌을 맞고 있다. 60건이 넘는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번지며 수천 명의 주민이 대피하고, 도시 하늘은 뿌연 연기에 뒤덮였다. 에드먼턴 등 주요 도시의 대기질은 '10+' 등급으로, 호흡기 질환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치명적인 수준이다.
10일 에드먼턴 주민들은 아침부터 타는 나무 냄새와 함께 주황색 안개로 뒤덮인 하늘을 맞이했다. 캐나다 환경청은 에드먼턴 및 인근 지역에 대기질 경보를 발령하고,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현재 앨버타 전역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까지 퍼진 것으로 위성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기가 폐질환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뇌졸중 등 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앤 힉스 알버타대 소아호흡기 교수는 “연기 냄새나 맛을 느낀다면 이미 몸 안으로 들어간 것”이라며 “야외 노출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앨버타 정부에 따르면 현재 3,000명 이상이 대피 중이며, 북부의 여러 지역은 여전히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호주의 소방대까지 현장에 투입돼 진화에 나섰지만, 고온과 강풍, 낮은 습도 등 악조건이 이어지면서 화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특히 B.C주와 앨버타 경계 지역에서 발생한 키스카티나우 강 산불은 주민 대피령을 촉발하고, 북동부 B.C.의 켈리레이크 마을을 덮쳐 다수의 구조물이 전소됐다. 이 불은 월요일 기준 21,600헥타르 이상을 태웠으며, 여전히 통제 불능 상태다.
앨버타 북부 무샤인 호수 인근의 블루베리 마운틴 산불, 그랜드 프레리 남동쪽 81km 지점의 신규 산불, 그리고 소우사 크릭 인근 대형 산불도 모두 확산 중으로, 인근 지역에 추가 대피령이 내려지고 있다.
북부 지역에서는 레드어스 크리크, 트라우트 호수, 피얼리스 호수, 룬 리버 원주민 마을이 통째로 대피했다. 치피와이언 호수 마을은 이틀 전 불길에 휩싸여 절반 이상이 전소됐다. 마을 병원과 교회, 정수장도 모두 불타버렸으며,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일시 고립되기도 했다.
앨버타 뿐만 아니라 서스캐처원주에서도 최대 1만 5천 명이 대피 중이며, 매니토바주는 2만 1천 명이 집을 떠나야 했다. 이는 이 지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대피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데이브 페리 캐나다글로벌정책연구소장은 “화재 위험도는 여전히 ‘극단적’ 수준이며, 하루 만에도 대형 산불이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캐나다 서부가 화염과 연기에 갇힌 가운데, 정부는 긴급 대피소 운영 및 진화 자원 배치를 확대하고 있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장기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