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청년층 실업난 심화 - 식료품점 채용에 수백 명 몰려…전문가 “아직은 공황 단계 아냐”
(사진출처=Yahoo Finance)
(안영민 기자) 케이시 맥러플린은 화이트호스에 있는 유콘 교통 박물관의 전무이사였다. 하지만 이달 초 오타와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서 수백 명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서 새로 오픈한 푸드 베이직스(Food Basics) 식료품점에 일자리를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했다.
나피사 이지에도 나이지리아와 영국에서 경영 분석가로 일한 석사 학위와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타와 바하벤의 한 호텔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 참석했다. "특히 캐나다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그래서 어딘가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1년여 전 캐나다에 온 이지에는 말했다.
캐나다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오타와에서 열린 대형 식료품점 채용 설명회에는 100여 개 일자리를 두고 수백 명이 몰려들며 구직 경쟁의 치열함을 보여줬다.
지난달 캐나다 실업률은 7.1%로 치솟아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학생·청년층 실업률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많은 기업이 경기 불확실성과 무역 긴장 속에서 신규 투자를 꺼리면서, 청년들에게 필요한 ‘첫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17세 구직자 하산 알하미드는 “캐나다가 아무도 돕지 않는 것 같다.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고, 또 다른 대학생 구직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지원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연구진들은 이처럼 청년층이 불황기에 장기간 실업을 겪으면 이후 임금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임금 흉터(wage scarring)’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 전문가 비엣 부는 “기업들이 해고를 하진 않지만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어 청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며 “다만 1980~90년대에도 훨씬 높은 청년 실업률을 경험한 만큼, 아직은 지나친 공포에 빠질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타와 식료품점 채용에는 수백 명이 지원했지만 단 125명만 채용됐다. 전직 박물관 관장이던 케이시 맥러클린은 끝내 탈락했다. 그는 “쓰레기라도 치우겠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제는 서부로 옮기는 것도 고민 중”이라며 현실적 고충을 토로했다.
구직 대기 기간이 길어질수록 삶의 기반이 흔들리고 장기 소득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청년 고용 안정화 대책은 캐나다의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