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트럼프 관세폭탄에 정면 대응…철강·알루미늄 업계에 15억달러 긴급 수혈
미 50% 관세 확대에 오타와 비상…“가만히 기다리지 않는다”
몬트리올 철강공장의 스테인리스강 코일.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연방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확대에 대응해 철강·알루미늄·구리 산업 지원에 총 15억달러 규모 긴급 지원책을 내놨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계 충격이 커지자 정부가 직접 유동성 지원과 산업 구조 전환에 나선 것이다.
멜라니 졸리 산업부 장관과 에번 솔로몬 인공지능·디지털혁신부 장관은 4일 온타리오주 바스 지역 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현재 미국은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일부 구리 제품에도 같은 수준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서 기존 면제 품목이던 철강 코일과 알루미늄 판재 등 파생 제품까지 포함됐다. 이로 인해 캐나다 금형·공구 제조업체들까지 국경에서 막대한 관세 부담을 떠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졸리 장관은 “우리는 무역전쟁 한복판에 서 있다”며 “정부 목표는 노동자를 보호하고 기업이 살아남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원책의 핵심은 캐나다기업개발은행(BDC)을 통한 10억달러 규모 저리 대출 프로그램이다.
지원 대상 기업들은 200만~5,000만달러 규모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첫해에는 무이자 혜택이 제공된다. 이후 2~3년 차에도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
졸리 장관은 “3년 동안 원금 상환 의무는 없고 이자만 부담하면 된다”며 “원금 상환은 3년 후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별도로 5억달러 규모 ‘지역 관세 대응 이니셔티브(Regional Tariff Response Initiative)’ 기금을 추가 조성한다.
솔로몬 장관은 “중소기업들이 전략적 사업 전환과 생산성 향상, 시장 다변화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는 이미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도입했고, 앞서 50억달러 규모 전략 대응 기금도 마련한 상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범위를 계속 확대하면서 추가 대응이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캐나다 정부는 현재 미국과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CUSMA) 재검토 협상에서 이른바 ‘232조 관세’ 철폐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측 기류는 강경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처럼 무관세 체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 노동자가 만든 제품이 아무 비용 없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시대는 끝났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졸리 장관은 “관세가 영구화될지 여부는 캐나다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손 놓고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지원책이 단기 생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미국 보호무역 강화가 장기화될 경우 산업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철강·알루미늄 산업은 온타리오와 퀘벡 제조업 고용과 직결돼 있어 향후 미·캐 무역 협상 결과에 따라 정치적 파장도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