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0% 관세 발효…캐나다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 미치나
미국산 제품 가격·선택권 줄고, 캐나다산 제품과 일자리에도 연쇄 충격 우려
지난해 10월 7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미국과 캐나다의 막판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제품에 부과한 50% 관세가 8월 22일 0시 직후 발효됐다. 대상은 약 280억 달러 규모로, 캐나다의 대미 수출 전체의 약 5%에 해당한다.
하키 스틱과 와인, 시멘트뿐 아니라 꿀, 종자류와 농산물, 일부 화장품·향수·의류·보석·가구·카메라·섬유제품 등 상당히 다양한 품목이 포함된다. 특히 과거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캐나다에서는 CUSMA)에 따라 관세를 면제받던 일부 제품에도 이번 관세가 적용된다.
캐나다 정부도 맞대응에 나선다. 마크 카니 총리는 미국의 관세에 대해 “달러당 1달러(dollar for dollar)”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새로운 조치는 9월 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철강과 유제품, 가전제품, 농기계, 펄프·종이, 전자제품 등이 주요 대상이다.
이번 사태가 캐나다 주민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결국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관세가 소비자 가격과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미국산 제품 가격 오르고 선택권 줄어들 가능성
캐나다가 9월 8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소비자가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미국산 제품 가격이다.
관세는 원칙적으로 미국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캐나다 업체가 납부한다. 하지만 기업이 관세 부담을 모두 떠안기는 어렵기 때문에 상당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50% 관세가 붙는다고 소비자 가격이 곧바로 50% 오르는 것은 아니다. 수입업체나 제조업체가 일부 비용을 부담하거나 공급업체와 가격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산 제품 자체에만 그치지 않는다. 캐나다 업체들이 미국산 부품이나 원자재를 사용하는 경우 생산비용이 올라가면서 캐나다산 제품 가격까지 오를 수 있다.
식품도 예외가 아니다. 캐나다의 보복관세 대상에는 미국산 유제품과 농업 관련 제품이 포함돼 있어 우유·치즈 등 일부 식품과 미국에서 수입하는 농산물의 가격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산 원료와 포장재를 사용하는 캐나다 식품업체 역시 비용 증가를 겪을 수 있다.
자동차도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캐나다 자동차 산업은 부품과 완성차가 국경을 여러 차례 오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관세가 장기화되면 생산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모든 미국산 차량 가격이 당장 50% 오르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업체와 딜러가 비용을 얼마나 부담하고 소비자에게 전가하느냐에 따라 실제 가격 변화가 달라진다.
또 하나의 변화는 제품 선택의 감소다. 관세 부담이 커지면 수입업체가 특정 미국산 제품의 수입량을 줄이거나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 결국 소비자는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거나 캐나다산 또는 다른 나라 제품으로 바꿔야 할 수도 있다.
∎ 더 큰 걱정은 물가보다 일자리…캐나다 경제에도 부담
캐나다 주민들이 장기적으로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일자리와 경제성장이다.
미국은 캐나다의 압도적인 최대 수출시장이다. 이번 50% 관세의 직접적인 대상은 캐나다 전체 대미 수출의 약 5%지만, 특정 산업과 기업에는 상당한 충격이 될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 캐나다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기업들이 생산량을 줄이거나 투자를 연기할 수 있다. 그 결과 근로시간 감소와 신규채용 축소,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과 농업, 목재, 식품 및 일부 소비재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미국산 제품 가격이 올라가면 캐나다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캐나다산 철강이나 전자제품, 농업장비 등이 미국산 제품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캐나다 기업 역시 미국산 원자재와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캐나다산 제품’이라고 해서 관세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기업의 비용 증가와 공급망 재편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동시에 물가가 오르면 캐나다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도 더욱 어려워진다.
캐나다 달러 역시 변수다. 무역갈등으로 캐나다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져 캐나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미국산 제품을 비롯한 수입품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위험은 50%라는 관세율 자체보다 관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 기업들이 그 비용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있다.
∎ 당장 모든 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화가 관건
캐나다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이번 주부터 장바구니 물가가 얼마나 오르느냐”일 것이다.
현재로서는 모든 상품 가격이 갑자기 크게 뛰는 상황으로 볼 필요는 없다. 미국의 50% 관세는 캐나다 전체 수출품의 일부에만 적용되고 있으며, 캐나다의 보복관세도 9월 8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영향은 제품별·업종별로 시차를 두고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무역전쟁이 수개월 또는 그 이상 지속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공급망을 바꾸면서 식품·전자제품·자동차·건축자재 등 여러 분야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캐나다 상공회의소 등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관세는 기업의 비용을 높일 뿐 아니라 투자와 고용에도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긴밀한 무역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와 보복관세가 반복되면서 경제관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앞으로 진행될 CUSMA 재협상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