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임시 외국인 노동자 3만3000명 영주권 전환 프로그램 가동
체류 신분 만료 급증 속 ‘소프트 론치’…이민 축소 정책과 노동력 부족 사이 균형 모색
캐나다 이민부 장관 레나 메틀리지 디아브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캐나다 정부가 임시 취업비자 소지자를 영주권자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조용히 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체류 자격이 만료되는 임시 거주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불법 체류 증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캐나다 이민부 장관 레나 메틀리지 디아브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현재까지 정확한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4월 중 더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수요가 높은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숙련 임시 외국인 노동자 3만3000명을 향후 2년 동안 영주권자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정책은 지난해 11월 발표됐지만 그동안 구체적인 시행 여부가 알려지지 않아 업계와 이민자 사회의 관심이 집중돼 왔다.
이번 조치는 캐나다에서 체류 자격을 잃는 임시 거주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에는 약 212만 명의 임시 거주자의 체류 허가가 만료됐고 2026년에도 약 193만 명이 추가로 신분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어디로 이동하거나 어떤 신분으로 남게 될지 불확실해지면서 불법 체류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마크 카니 총리는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2027년까지 비영주권자의 비율을 전체 인구의 5% 이하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캐나다 인구에서 임시 거주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8% 수준이다.
임시 체류자를 영주권자로 전환하는 정책은 이러한 비율을 낮추기 위한 주요 방법 중 하나다. 실제로 지난해 캐나다가 새로 부여한 영주권 약 39만500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미 캐나다에서 임시 체류 신분으로 생활하던 사람들이었다.
디아브 장관은 체류 기간이 끝난 임시 거주자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방문자, 학생, 노동자 등 어떤 신분이든 체류 기간을 넘겨 머무르려면 반드시 연장 신청을 해야 한다”며 “연장이 승인되지 않을 경우에는 캐나다를 떠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정부는 동시에 이민 행정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의회에서는 법안 C-12가 논의 중인데, 이 법안은 공익을 이유로 이민 신청이나 관련 문서를 취소하거나 중단·보류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부여한다. 다만 디아브 장관은 이 권한이 밀린 이민 신청을 정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 정책 전반에서는 보다 엄격한 관리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카니 총리가 장관에게 전달한 정책 지침에는 임시 거주자 수 축소, 2027년 이후 영주권자 수를 전체 인구의 1% 이하 수준으로 안정화, 2029년까지 퀘벡 외 지역 정착 프랑스어권 이민자 비중 12% 달성, 국제 인재 유치 전략 도입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산업 현장의 요구는 정부의 이민 축소 정책과 충돌하는 측면도 있다. 농업과 건설, 서비스업 등 일부 산업에서는 여전히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 기업들이 외국인 노동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아브 장관은 “일부 정치권에서는 임시 외국인 노동자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기업과 산업계에서는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 두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유학생 수를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캐나다 정부는 국제학생 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고, 이미 저스틴 트뤼도 전 정부 시절부터 유학생 신규 허가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과 전문대학에서는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교직원을 감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레바논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캐나다에서 태어난 디아브 장관은 유학생 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 교육 시스템의 신뢰와 질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제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디아브 장관이 주요 정책 논쟁에서 존재감이 약하다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그는 이에 대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며 “캐나다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이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