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감소 및 수요 급증 - 클레어솜 푸드뱅크, 2년 내 폐쇄 위기
사진 출처: Alberta Farmer Express
(이남경 기자) 기부금이 급감하고 이용자는 급증하면서 앨버타 남부의 한 푸드뱅크가 운영 위기에 놓였다. 클레어솜 푸드뱅크를 운영하는 멜리사 시아송은 “지금 추세라면 2년 안에 문을 닫을 수도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푸드뱅크스 캐나다가 27일 발표한 헝거 카운트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한 달 동안 캐나다 전역에서 푸드뱅크 이용 횟수는 217만 건에 달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5.2% 증가했으며, 2019년 이후로는 99%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앨버타주에서는 127개의 푸드뱅크가 총 210,541회의 방문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21.8% 증가, 2019년보다 134% 증가한 수치다. 시아송은 “지난해보다 수요가 거의 두 배로 늘었다.”라며, “이제는 가족, 개인, 노년층 등 모든 계층이 푸드뱅크를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기부금이 현저히 줄었지만, 연말연시에는 조금 나아진다.”라며, “매달 5,000-6,000달러어치의 식료품을 구입해야 하는데, 일부 달에는 기부금이 500달러도 되지 않아 저축을 꺼내 써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푸드뱅크스 캐나다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제 전국 푸드뱅크의 80%가 식료품을 직접 구입하고 있으며, 이는 2021년 50% 수준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클레어솜 푸드뱅크는 추가 수익을 마련하기 위해 보조금 신청과 자선행사에 나서고 있지만, 결과는 미미하다. 시아송은 “최근 진행한 50/50 복권 행사에서도 100달러도 채 모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클레어솜의 주거비 폭등 문제를 지적하며, “이 지역의 월세는 1,400달러에서 2,000달러 사이이며, 보증금까지 더하면 감당하기 어렵다. 집을 내놓으면 작은 마을임에도 50명 가까운 사람들이 경쟁한다.”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푸드뱅크 이용자 중 19.4%는 직업이 있는 사람들로, 지난해의 18.1%와 2019년의 12%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앨버타에서는 그 비율이 30.8%로 전국 평균보다 높다. 캘거리 푸드뱅크의 멜리사 프롬 대표는 “배포하는 식품 상자 수가 지난해보다 17% 늘었다.”라며, “이제 사람들은 단기적인 도움을 받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의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기부금은 유지되고 있지만, 소액 일시 기부가 줄고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대형 기부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프롬은 “평범한 캘거리 시민들이 예전에는 25달러씩 기부하곤 했지만, 이제 그런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다.”라며, “최근 몇 년 동안의 경기 침체, 금리 상승, 전쟁과 같은 국제 정세까지 겹치며 예측이 매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캘거리 푸드뱅크는 우크라이나 난민의 85%에게 6개월 이상 긴급 식량을 지원했으며, 이 같은 사건들이 지역 사회의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덧붙였다.
푸드뱅크스 캐나다는 보고서에서 “현재 캐나다는 푸드뱅크 문제가 아니라 식량 불안정 위기에 직면해 있다.”라고 경고하며, “푸드뱅크는 원래 긴급한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의존하는 제도였지만, 이제는 수백만 명의 주요 생계 수단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2021년 이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8% 이상 상승했으며, 주거비는 26%, 식품비는 25%, 교통비는 20% 가까이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이러한 생활비 상승이 임금 인상률을 훨씬 초과했으며, 그 결과 푸드뱅크 이용 증가로 이어졌다.”라고 분석했다. 푸드뱅크스 캐나다는 2030년까지 식량 불안정 비율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며, 연방정부에 고용보험 제도 개선, 장애인 수당 강화, 저소득층 지원 확대, 그리고 보다 많은 공공 임대주택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83%의 푸드뱅크가 “가장 시급한 정책 개입은 저렴한 주택의 확충이다.”라고 응답했다. 시아송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라며, “지금 이대로라면 우리 같은 푸드뱅크가 사라지고, 결국 지역사회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