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온라인 성인인증’ 강화 논의 본격화
아동 보호 명분 속 포르노 규제 법안 재부상…기술기업 책임론도 맞불
포르노 사이트 포른허브를 운영하는 회사는 연령 확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책임은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주요 IT 기업에 있다고 밝혔다.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캐나다에서 온라인 포르노 콘텐츠에 대한 연령 확인을 의무화하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상원에서 재발의된 법안과 정부의 온라인 규제 강화 기조가 맞물리며, 아동·청소년 보호를 둘러싼 제도 변화가 올해 주요 정책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쥘리 미빌-데셴 상원의원은 최근 법안 S-209를 다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성인 콘텐츠 사이트가 이용자의 연령을 사전에 확인하지 않으면 접속을 허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너무 많은 청소년이 포르노를 통해 왜곡된 방식으로 성을 접하고 있다”며 신속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이용자가 나이를 속이더라도 이를 막을 실질적 장치가 거의 없다. S-209가 통과될 경우, 성인 사이트는 제3자 인증 서비스를 통해 신분증 확인이나 얼굴 인식 기반 연령 추정 등 보다 강력한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 유사한 제도는 이미 영국과 일부 미국 주에서 시행 중이다. 한국의 경우 게임물관리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여러 기관에서 온라인 연령확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게임, 웹툰, 성인 콘텐츠 등에서 실명 기반 연령확인이 필수이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연방정부 역시 온라인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으로 폐기된 ‘온라인 유해물 규제법(Online Harms Act)’은 연령 인증을 직접 의무화하지는 않았지만, 플랫폼에 ‘연령에 적합한 설계’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마크 카니 정부는 해당 법안을 수정해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는 연령 인증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책임은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구글·애플 등 대형 기술기업이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기나 앱스토어 단계에서 이용자의 나이를 확인해야 보다 정확하고 일관된 관리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포르노 플랫폼 포른허브의 모회사 운영에 관여하는 에티컬 캐피털 파트너스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들은 개별 웹사이트마다 신분증을 요구하는 방식은 이용자 반발과 우회 접속을 부를 수 있다며, 기기 단위 연령 인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기기 설정 시 연령을 확인하고, 성인 여부만을 나타내는 ‘디지털 신호’를 사이트나 앱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영국 사례에서는 강력한 연령 인증 도입 이후 합법 사이트의 트래픽이 감소하고, 규제를 따르지 않는 해외 사이트 이용이 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실효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동시에 고려한 제도 설계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미빌-데셴 의원은 방식에는 유연할 수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일부 플랫폼이 책임을 빅테크로 떠넘기고 있다며 “아동 보호를 말로만 해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캐나다 역시 국제 흐름에 맞춰 연령 인증을 제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규제 주체를 어디로 설정할지,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향후 입법 과정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