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에 오느냐에 따라 의료가 달라진다”…유학생 건강권 ‘복불복’ 현실 - 공공의료 원칙은 있는데, 국제학생은 예외
지역별 격차에 불안 커져
(사진출처=CBC)
(안영민 기자)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국제학생들이 거주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의료 서비스를 받는 구조적 격차에 놓여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학생 입장에서 캐나다의 공공의료 체계는 통일된 제도가 아니라, 어디에 정착하느냐에 따라 혜택과 부담이 갈리는 ‘복불복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캐나다보건연합과 마두 베르마 이주정의센터가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학생의 의료 접근성은 주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캐나다 보건법은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거주자에게 의료 접근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국제학생은 상당수 지역에서 공공의료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앨버타·서스캐처원·뉴브런즈윅·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노스웨스트 준주 등에서는 국제학생이 곧바로 공공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온타리오·매니토바·유콘에서는 공공의료 접근이 전면 차단돼 사설 보험에 의존해야 한다. 브리티시컬럼비아는 3개월 대기 기간과 월 75달러의 보험료를 요구하며, 퀘벡은 일부 국가 출신 학생에게만 공공의료를 허용하고 나머지는 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온타리오의 경우 대부분 대학이 연 792달러 수준의 대학건강보험(UHIP)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매니토바에서는 연 1,200달러, 유콘에서는 565달러의 보험료를 학생이 부담해야 한다. 같은 국제학생이라도 어느 주에서 공부하느냐에 따라 의료비 부담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다.
보고서 작성자인 트레이시 글린 캐나다보건연합 국장은 “학생들은 캐나다가 보편적 의료를 제공하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입국하지만, 실제로는 주별 제도가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며 “어디에서 공부하게 되느냐는 사실상 운에 맡겨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학생들에게 의료 접근의 불확실성은 곧 불안으로 이어진다. 어떤 진료가 보장되는지, 비용이 환급되는지 명확하지 않아 병원 방문 자체를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방글라데시 출신 유학생 루툰네사 타니아는 “캐나다 의료 시스템이 복잡해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며 “문제가 심각해질 때까지 참고 지내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임시 체류 신분이라는 점도 또 다른 위험 요소다. 학업을 마치고 취업허가로 신분이 바뀌는 과정에서 보험 공백이 발생하면, 간단한 응급 진료에도 수백 달러의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사례가 보고서에 담겼다.
보고서는 국제학생들이 입국 전 건강검진을 거치고, 대체로 젊고 건강한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에서 배제되는 현실은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학생들은 수업료와 생활비를 통해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의료 영역에서는 ‘임시 체류자’라는 이유로 일관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대학과 칼리지 당국에 국제학생의 공공의료 접근을 확대하고, 최소한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유학생 입장에서 캐나다 유학의 질은 교육뿐 아니라, 아플 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서도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