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보다 위험한 몬스터?” 10대 카페인 폭탄 규제 목소리 - 퀘벡 15세 소년 비극이 쏘아 올린 경고
청소년 16.6% 카페인 권장량 초과
캘거리의 한 편의점 냉장고에 진열된 각종 에너지드링크 (사진 : 이정화 기자)
(이정화 기자) 시험공부를 하다 졸음이 쏟아질 때, 청소년들이 손쉽게 찾는 것 중 하나가 에너지드링크다. 퀘벡주 15세 소년이 에너지드링크를 마신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캘거리에서도 청소년의 고카페인 음료 섭취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떻게 규제할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캘거리 학부모 제니퍼 쿠 씨를 비롯한 지역 보건 단체들은 최근 앨버타에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드링크 판매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청원 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에너지 음료의 진짜 문제는 단순히 유해 성분이 들어 있다는 점이 아니라 청소년 신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농축된 카페인이 함유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청원의 계기가 된 퀘벡주의 15세 소년 자카리 미론은 ADHD 치료제 복용 중 에너지드링크를 마셨다가 급성 심장 부정맥으로 숨졌다. 이에 퀘벡주 의회는 올해 6월 캐나다 최초로 16세 미만 판매를 금지하는 ‘자카리 미론 법(Bill 9)’을 통과시켰고 규제 논쟁은 캐나다 전역으로 번졌다.
■ "몬스터는 규제, 스타OO 커피는 방치?" 형평성 공방도
현재 캐나다 보건부는 '14세 미만 비권장' 경고 라벨만 의무화했을 뿐 법적 구속력은 두고 있지 않다. 앨버타 역시 타 주 경과를 관망하는 유보적 입장이라 청소년 카페인 섭취를 둘러싼 규제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 지표에 따르면 캐나다 청소년 6명 중 1명(16.6%)이 하루 카페인 권장량(150mg)을 지속적으로 초과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카페인 음료 섭취 청소년의 절반 이상은 심장 두근거림이나 불면 등 독성 부작용을 부작용을 겪었다.
반면 규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팽팽하다. 청소년 카페인 섭취의 89%가 커피와 탄산음료 등 다양한 카페인 음료를 함께 섭취하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캔당 약 160mg의 카페인이 함유된 몬스터 에너지는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반면 벤티 사이즈(591ml) 기준 약 410mg의 카페인이 포함된 대형 프랜차이즈 드립 커피는 미성년자 구매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규제 형평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 흡수 빠른 각성 성분 위험, 해외는 이미 규제 강화
그럼에도 보건 전문가들이 에너지드링크의 위험성을 보다 엄중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체내 흡수 속도와 여러 각성 성분의 결합 때문이다. 탄산과 당분이 카페인 흡수를 가속하고, 타우린·과라나 등 각성 성분이 합쳐져 심혈관계에 즉각적인 부담을 준다는 분석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특정 치료 약물을 복용 중이거나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고농도 각성 물질이 한꺼번에 체내로 유입될 경우 급성 심장 부정맥이나 심장마비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해외 주요국에서도 청소년 대상 카페인 규제를 빠르게 강화하는 추세다. 영국은 내년 4월부터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고카페인 에너지음료 판매 전면 금지를 확정했다. 스페인과 폴란드도 연령별 판매 금지 법안을 도입했다. 노르웨이는 약국 등 지정된 장소에서만 판매한다. 한국 역시 청소년층의 카페인 과다 섭취 경향에 따라 제도 보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캘거리 한인 청년들의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주간 학업과 야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이른바 ‘투잡 생업’ 과정에, 벤티 커피와 에너지 음료를 교차 섭취하는 위험한 카페인 칵테일 소비가 일상화됐다. 주정부의 법적 조치 이전에 무심코 들이켜는 고카페인 음료의 위험성을 깨닫고 습관적 폭음을 경계하는 개인 차원의 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