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에 대한 부정 여론 확산세 뚜렷 - 보수당 지지자 10명 중 8명 “이민자 너무 많다”…전국 여론도 급격히 부정적 전환
(사진출처=Immigration.ca)
(안영민 기자) 캐나다 사회 전반에서 이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과반이 “정부가 너무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했으며, 특히 보수당 지지층에서 그 비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엔바이로닉스 인스티튜트(Environics Institute)에 따르면, “이민이 너무 많다”고 답한 보수당 지지자는 2020년 41%에서 올해 82%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해당 기관이 지난 48년간 동일한 질문을 통해 조사한 결과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전체 캐나다인 중 같은 의견을 밝힌 비율도 56%로, 5년 전보다 크게 상승했다. 조사 책임자인 키스 뉴먼은 “팬데믹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매우 뚜렷한 여론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자유당 정부가 최근 몇 년간 이민 규모를 대폭 확대해 3년 연속 연간 인구가 100만 명가량 증가한 데 따른 반작용으로 분석된다. 급격한 인구 증가가 주택난과 의료 대기 문제를 심화시키면서 국민 불만이 커졌고, 특히 보수당 지지층에서 부정적 인식이 급속히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뉴먼은 “이민에 대한 견해는 과거에는 정당 지지와 큰 연관이 없었지만, 최근 들어 보수·자유·신민당 간의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반감이 인종차별이나 외국인 혐오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며, 대다수가 경제·주택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나노스리서치의 최근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4분의 3이 “이민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답했으며, 애버커스데이터 역시 이민이 이제 캐나다 국민의 주요 관심 이슈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고 밝혔다.
전 연방 이민부 장관 제이슨 케니는 “트뤼도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폭넓었던 친이민 합의를 완전히 뒤집어버린 정부”라고 비판하며, “국제 유학생과 임시 외국인 노동자 수 급증이 시스템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민제도 자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유입 규모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당은 최근 여론 변화에 발맞춰 새 이민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당수는 정부의 목표치보다 더 강력한 이민 상한선 도입, 임시 외국인 노동자 제도 폐지, 허위 난민 신청자 단속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미셸 렘펠 가너 이민 담당 비평가는 “무국적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의 시민권 부여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크 카니 총리 역시 “현재 이민 규모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보다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정치학자 필 트리아다필로풀로스 토론토대 교수는 “보수당이 지난해까지는 이민 문제에 비교적 침묵했지만, 이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훨씬 강경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내에서는 강경 노선이 지지층에게는 호응을 얻지만, 이민자 밀집 지역의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며 “보수당은 신중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