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고급 인재 5년 만에 이탈…‘구멍 난 인재 전략’ 경고음
박사·최고경영층 이탈률 급증…무역다변화·생산성 목표 차질 우려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미국과의 통상전쟁으로 대응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캐나다가 정작 국내 경제를 떠받칠 핵심 인재를 붙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캐나다시민권연구소(ICC)가 18일 발표한 보고서 ‘Leaky Bucket 2025’에 따르면 고학력·고기술 이민자가 영주권 취득 후 5년 안에 캐나다를 떠나는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전체 이민자의 5명 중 1명은 25년 내 캐나다를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사 학위 보유자는 학사 학위 보유자 대비 두 배 이상 캐나다를 떠날 가능성이 높았고, 임금 상승 전망이 낮을수록 이탈 위험은 세 배로 뛰었다. ICC의 다니엘 번하드 CEO는 “이민 정책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면서 캐나다가 꼭 필요로 하는 글로벌 인재가 빠져나가고 있다”며 “이는 현재의 경제 도전에 대응할 국가 역량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마크 카니 총리는 앞으로 10년간 비 미국 시장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번하드 CEO는 “해외 인프라·제조·건설 경험을 가진 핵심 인재가 이탈하면 캐나다의 무역 다변화 전략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방정부는 ‘2025 이민 연례보고서’에서 영주권 신규 허용 규모를 향후 3년간 38만 명으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ICC는 현 추세가 이어지면 2031년까지 2만2441명의 이민자가 캐나다를 떠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캐나다의 경제 목표 달성에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가장 빨리 떠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도덕적 문제를 넘어 국가적 자해행위”라고 비판했다.
산업별로는 기업·재무 관리, ICT, 공학·건축 관리, 제조·가공 공학 분야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도 정착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임원급 인재의 이탈률은 전체 평균의 193%, 보건의료 인력은 36% 높은 수준이었다.
ICC는 이 같은 분석을 위해 통계청의 장기 추적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 대상은 1982~2020년 영주권을 취득한 18세 이상 이민자로, 캐나다에서 최소 한 번 세금 신고를 한 사람들이다. 이 가운데 60% 이상이 경제이민으로, 캐나다 경제 기여 능력을 기준으로 선발된 인력들이다.
보고서는 40년 동안 고급 인재의 이탈 추세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에 ‘이민 유지 전략’ 마련을 촉구했다. 번하드 CEO는 “현행 이민 서비스는 영어를 구사하지 않는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정작 고숙련 이민자들은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면서 “고숙련 이민자가 이용하지 않는 이민 지원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비효율”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이민부(IRCC)가 캐나다의 문지기 역할이 아니라, 국가의 HR(인사) 부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