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60분’ 미방영 보도, 캐나다서 유출…트럼프 이민정책 비판에 ‘자기 검열’ 논란
‘테러범 수용센터’ 인권침해 다뤄…제작진 “사실 정확하지만 방송 중단은 정치적 결정” 반발
(사진출처=AP)
(안영민 기자) 미국 CBS뉴스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60분’에서 방송 직전 전격 취소된 이민 관련 탐사 보도가 캐나다에서 유출되며, 편집 독립성과 ‘자기 검열’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엘살바도르에 위치한 미국 불법체류자 수용시설 ‘테러범 수용센터(CECOT)’의 인권 침해 실태를 다룬 ‘60분’ 보도가 22일(현지시간) 캐나다 글로벌 텔레비전(Global Television Network) 소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배포됐다. 해당 영상은 현재 공식 플랫폼에서는 내려갔지만, 웹페이지를 보존하는 아카이브 사이트에는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BS 뉴스는 해당 방송분에 대한 삭제 요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CBS 뉴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월요일 캐나다 방송사인 글로벌 TV가 CBS 뉴스가 추후 방송으로 연기하기로 했던 'CECOT 내부' 방송분을 실수로 앱에 게재했다"면서 "글로벌 TV는 앱에서 해당 에피소드를 삭제했지만, 이후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매체에 다시 게시되어 무단으로 유포된 해당 방송분에 대한 통상적인 삭제 요청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보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단속 과정에서 엘살바도르 CECOT로 추방된 이주민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수감자 인터뷰와 함께 비영리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관계자, UC버클리 인권센터 조사연구소 소장 등의 분석이 포함됐다. 한 수감자는 미국 세관에 억류된 뒤 CECOT로 이송되자마자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진술했고, 또 다른 수감자는 “빛도 환기도 없는 작은 방에 끌려가 반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추방자는 구금 과정에서 학대를 겪었으며, 다른 추방자는 도착 직후 구타로 치아를 다쳤다고 밝혔다.
보도는 또 HRW와 ‘60분’ 제작진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자료를 교차 검증한 결과, CECOT로 추방된 남성 수감자 가운데 폭력 전과가 있거나 잠재적 폭력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8명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사법적 판단이 진행 중인 사안을 서둘러 추방한 법적 근거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CBS는 당초 이 보도를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바리 와이스 신임 보도국장이 지난 21일 이를 돌연 취소했다. 이 결정이 알려지자 CBS가 트럼프 행정부의 반발을 의식해 비판적 보도를 스스로 접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와이스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제시된 데이터가 상충되는 묘사를 한다”며 “보도가 ‘공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정부 측 반론을 더 확보한 뒤 “준비가 되면 방송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강하게 반발했다. 해당 보도를 담당한 샤린 알폰시 기자는 동료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보도는 다섯 차례 내부 검토를 거쳐 CBS 법무팀과 편집 기준 위원회의 승인을 받았고 사실관계는 정확하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백악관과 국무부, 국토안보부 대변인에게 공식적으로 의견을 요청했으며, 국토안보부는 CECOT 관련 질문을 엘살바도르 정부로 이관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정부의 침묵은 입장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보도를 무력화하기 위한 전술적 선택일 수 있다”며 “엄격한 내부 검증을 통과한 보도를 방송 직전 중단한 것은 편집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공격 대상이었던 ‘60분’과 CBS뉴스의 방향성을 다시 도마 위에 올렸다. 특히 와이스 국장의 임명이 CBS뉴스가 보다 트럼프 친화적인 노선으로 이동하는 신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와이스 국장은 이번 논란 이후 편집진을 새로 구성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