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문 닫아놓고 인력부터 자른 캐나다…적체는 늘고 심사는 멈췄다 - 1년 새 처리 지연 폭증, 또 300명 감원 예고…이민자들만 피해 떠안아
캐나다 이민부 직원 감축으로 이민 신청 적체가 크게 증가했다. (사진출처=Canadian Immigrant)
(안영민 기자) 캐나다 연방정부가 이민 심사 인력을 대폭 줄인 지 1년 만에, 이민 신청 적체와 처리 지연이 눈에 띄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정부는 추가 감원을 예고하고 있어, 캐나다행을 꿈꾸는 이민자들의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토론토에서 이민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한인 A씨는 “이민 프로그램마다 승인 처리 시간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영주권 신청하려면 요즘 2년은 기다려야 한다”면서 “빠른 프로그램은 6개월만에 처리되는 것도 있지만 2년 전에 비해서 상당히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민부(IRCC) 현장 직원 출신인 헬렌 킹은 토론토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을 줄이면 처리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라고 말했다. 1993년부터 이민부에서 일해 온 그는 지난해 1월, 정부가 전체 인력의 20%가 넘는 33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을 때 이미 결과를 예견했다고 했다. 인력 감축 발표와 동시에 계약직 채용이 중단되면서, 만성적인 적체 상태였던 심사 시스템은 사실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더 나빠졌다. 영주권·임시체류 신청을 포함한 전체 대기 건수는 213만 건을 넘어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정부가 스스로 정한 처리 기한을 넘긴 ‘적체 신청’은 12.7%나 급증해 100만 건을 돌파했다. 시민권 신청의 경우 적체 비율이 17%에서 23%로 뛰었고, 난민 신청 대기 건수도 1년 새 2만 건 이상 늘었다.
문제는 감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이민부 직원들에게 전달된 내부 메모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예산 절감 기조에 따라 향후 3년간 추가로 300개 직위가 더 사라질 예정이다. 이미 임원급 자리도 10~15% 축소되는 상황이다. 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민 목표 수준에 맞춰 인력이 유지될 것이며, 심사관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한 레나 메틀레지 디아브 이민장관의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민자 입장에서 보면, 정부의 메시지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캐나다는 2025년부터 여론 반발을 이유로 이민·임시체류 규모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접수된 수백만 건의 신청을 처리할 최소한의 인력조차 줄이고 있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신청자 몫이다. 비자 만료를 앞두고 몇 달, 심지어 몇 년씩 기다리는 사람들, 가족 재결합이 미뤄지는 이민자들, 불확실성 속에서 삶을 계획하지 못하는 난민 신청자들이 늘고 있다.
공공부문 노조인 캐나다 고용·이민 노조는 현장의 목소리가 정부 발표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지난해 노조가 이민부 소속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한결같이 “업무량 폭증, 번아웃, 이직 증가, 서비스 질 하락”을 호소했다. 행정 지원 인력이 대거 사라지면서 심사관들이 행정 업무까지 떠안게 됐고, 노후한 전산 시스템은 잦은 장애를 일으켜 업무 효율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이민부는 “캐나다에 오려는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프로그램별 정원보다 신청이 많아 처리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인력 감축과 처리 지연의 직접적 연관성을 부인한다. 하지만 현장 직원들과 이민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요 탓만 하는 것은 책임 회피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헬렌 킹은 현재 노조 간부로서 현장의 동료들을 지켜보며 “직원들은 쳇바퀴를 도는 햄스터처럼 이 업무에서 저 업무로 내몰리며 땜질식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비유는 이민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대기 줄 속에서, 캐나다 정부의 정책 변화와 예산 논리에 따라 이들의 삶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 인력부터 줄이고 그 부담을 이민자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은, ‘이민 국가’를 자처해온 캐나다가 스스로의 신뢰를 갉아먹는 선택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