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떠났지만 영주권(PR) 포기 못해”…임시체류자들, 짐까지 남겨둔 채 ‘기약 없는 대기’
영주권 문턱 높아지자 귀국·제3국행 선택…한국인 임시체류자들도 불안 확산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이집트 출신 셰합 엘압드(옆에는 아내 욤나 사크르)는 멕시코 지사에서 임시직으로 근무하기 위해 온타리오를 떠났다. 캐나다에서 10년을 생활했지만 영주권을 받지 못했다. (사진출처=Toronto Star)
(안영민 기자) 캐나다 이민 문턱이 높아지면서 유학생·취업비자 소지자 등 임시체류자들의 좌절이 커지고 있다. 영주권(PR) 신청 경쟁이 치열해지자 캐나다를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토론토스타는 최근 캐나다를 떠난 임시체류자들의 사례를 집중 조명하며, 급변한 이민 정책 속에서 수많은 외국인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내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출신 셰합 엘압드는 캐나다에서의 10년 생활을 20피트 컨테이너 하나에 담아 보관 중이다. 가구와 기념품은 물론 닛산 센트라 차량까지 온타리오주 앨리스턴 창고에 그대로 남겨뒀다. 지난해 9월 취업비자가 만료되면서 캐나다를 떠나 이집트로 돌아갔지만, 언젠가 영주권 초청을 받아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16세 때 유학생으로 캐나다에 온 그는 해밀턴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레이크헤드대에서 공학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기계설계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는 2024년 초부터 기술이민 풀에서 영주권 초청을 기다렸지만 끝내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캐나다 정부는 최근 이민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연간 영주권 목표 인원은 기존 50만 명 수준에서 38만 명 수준으로 줄었고, 임시체류자 비중도 전체 인구의 5% 이하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2026년 말까지 만료 예정인 유학·취업·방문 비자는 약 194만 건, 2027년에는 추가로 103만 건 이상에 달한다.
엘압드는 결국 멕시코로 이동했다. 캐나다에서 일하던 광산장비 업체가 멕시코 지사 자리를 연결해줬기 때문이다. 그는 해외 경력을 추가로 쌓아 이민 점수를 높인 뒤 다시 캐나다 영주권에 도전할 계획이다.
인도 출신 아비셰크 잘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세네카폴리텍과 센테니얼칼리지에서 공부한 뒤 사이버보안 분석가로 일했지만, 영주권 가능성이 낮아지자 올해 3월 아내와 함께 인도로 돌아갔다. 그는 “캐나다에서 빈손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아직 PR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인 아빅 센은 이미 영주권 초청장을 받았지만, 취업비자 연장 신청이 거부되면서 일을 중단해야 했다. 그는 현재 인도에서 항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캐나다 내 한인 사회에서도 비슷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취업비자 만료를 앞두고 귀국 여부를 고민하거나, 미국·멕시코·한국 등 제3국 취업을 통해 추가 경력을 확보하려는 사례들이 잇따라 공유되고 있다.
특히 졸업 후 취업허가(PGWP) 만료 이후 영주권 점수가 부족해 체류 연장이 어려워졌다는 호소가 많다. 일부 한인 유학생들은 “수년간 학비와 생활비를 투자했는데 갑자기 제도가 바뀌었다”며 허탈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캐나다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유학생과 임시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였지만, 이후 주택난과 생활비 상승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책 방향이 급격히 바뀌었다고 분석한다.
토론토스타는 “많은 임시체류자들이 캐나다를 떠났지만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캐나다에서의 교육과 경력이 결국 다시 돌아오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