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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비자 심사 망쳤나”…이민 소송 5년 새 4배 폭증

연방 법원 이민 사건 적체 심화…변호사들 “자동화 심사 부실”, 정부는 부인

지난 2024년 7월 19일 금요일, 토론토에서 65개국 출신의 약 400명의 새로운 캐나다 시민들이 시민권 선서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캐나다 연방 법원에 제기되는 이민 관련 소송이 최근 5년 사이 4배 이상 급증하면서, 연방정부의 인공지능(AI) 및 자동화 시스템 활용이 원인 중 하나라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방 법원 통계에 따르면 이민 사건 접수 건수는 2020년 약 6,400건에서 지난해 2만8,000건 이상으로 폭증했다. 올해도 1분기에만 6,600건이 넘는 사건이 접수됐다. 현재 연방 법원이 처리하는 사건의 86%가 이민 관련 소송이다.

일부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연방 이민부가 비자 적체 해소를 위해 AI와 자동화 도구 사용을 확대하면서 심사 품질이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오타와의 이민 변호사 재클린 보니스틸은 "과거에는 비자 거부 사유가 구체적으로 제시됐지만 최근에는 획일적인 문구만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며 "담당 공무원이 제출된 자료를 충분히 검토했다는 흔적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위니펙의 이민 변호사 날리니 레디도 비슷한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필리핀 국적 신청자가 캐나다 내 가족관계 때문에 체류 기간을 초과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방문비자를 거부당했지만, 실제로는 자녀와 가족 대부분이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레디는 "서류를 제대로 검토했다면 내려질 수 없는 결정"이라며 "과거에는 드물었던 일이 최근 3~4년 사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특히 이민부가 사용하는 '치누크(Chinook)' 시스템을 문제로 지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신청자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연방 이민부는 AI가 최종 심사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레나 디아브 이민부 장관실은 "AI는 신청서 분류, 요약 작성, 단순 사례 선별, 챗봇 상담 등의 업무를 지원할 뿐"이라며 "비자 거부 결정은 모두 담당 공무원의 검토와 판단을 거쳐 이뤄진다"고 밝혔다.

이민부가 올해 발표한 AI 전략 보고서 역시 AI는 신청 적체 해소와 심사 효율성 향상을 위한 보조 수단이며, 신청 거부 여부를 결정하거나 거부를 권고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는 소송 급증의 원인을 AI가 아닌 이민 신청 폭증에서 찾고 있다.

이민부는 "최근 몇 년간 접수된 신청 건수가 정부의 이민 수용 목표를 크게 초과했다"며 "처리 건수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만큼 거부 결정과 이에 따른 소송도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법원 적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나온다.

온타리오주의 이민 변호사 앤드루 콜튼은 "예전에는 사법심사 신청 후 1년 안에 심리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1년 반이 지나도 재판 일정조차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부가 해결해야 할 적체 문제가 결국 연방 법원으로 옮겨간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전 연방 법원장 폴 크램프턴 역시 지난해 법원이 심각한 인력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연방 법원 판사는 44명에 불과하며 공석도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시행된 이민법 C-12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새 법에 따라 입국 후 1년이 지난 난민 신청자 상당수가 난민 심사 자격을 상실하게 되면서, 이들이 추방 전 위험평가(PRRA) 절차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절차 역시 소송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아 향후 연방 법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연방 법원 판사 증원과 함께 이민 심사 과정의 품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사 등록일: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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