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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인생이 멈췄다"…연방법원, 이민국 '무기한 심사 지연'에 제동 - "장관 지시만으로 수년 대기 정당화 못해"…영주권 신청자들 소송 길 열렸다

캐나다 이민부 장관들은 수년간 의회 협의나 감독 없이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안영민 기자) 캐나다 연방법원이 이민 신청 처리 지연에 대해 연방 이민부(IRCC)의 책임을 묻는 중요한 판결을 내리면서, 수년째 영주권 심사를 기다려온 수많은 이민 신청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법원은 이민부 장관이 정책 변경을 이유로 신청 처리를 늦출 권한은 있지만, 그 지연이 왜 필요한지 합리적이고 투명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동안 IRCC가 '장관 지시(Ministerial Instructions)'를 앞세워 사실상 무기한 심사를 미루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번 판결은 최근 몇 년간 처리 지연과 적체가 심각해진 캐나다 이민 시스템에 대한 사법부의 첫 강도 높은 경고라는 평가가 나온다.

∎ "23개월이라더니 79개월"…법원 "과도한 지연" 인정

사건의 주인공은 중국 출신 돌봄노동자 위다이(Yu Dai) 씨다.

그는 2022년 1월 홈차일드케어(Home Child-Care Provider) 프로그램을 통해 영주권을 신청했다. 당시 IRCC는 처리 기간이 약 23개월이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심사는 여러 차례 중단됐고, 2026년에는 남은 처리기간이 39개월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총 예상 처리기간은 79개월(6년 7개월) 로 늘어났다.

다이 씨는 결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마이클 바티스타 연방법원 판사는 "프로그램의 목적과 기존 서비스 기준 등을 고려하면 신청자가 겪은 지연은 절차상 필요한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고 판시했다. 또 IRCC가 정책을 변경하면서도 신청자들에게 언제 심사가 이뤄질지조차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판결에 따라 IRCC는 60일 안에 다이 씨의 영주권 신청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장관 지시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장관 지시가 있다고 해서 무한정 처리를 늦출 수는 없다는 점이다.

오타와의 이민 전문 변호사 재클린 보니스틸은 "정부가 정책 변경만을 이유로 처리 지연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했다"며 "앞으로 다른 이민 프로그램에서도 장기간 지연을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적체 92만 건…'기다림'이 이민자의 삶을 멈추게 한다

이번 판결은 한 명의 신청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캐나다 이민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IRCC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전체 이민 신청은 210만 건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92만2천 건 이상이 정부의 자체 처리 기준을 초과한 적체 상태다. 영주권 신청 가운데 서비스 기준 내에 처리된 비율도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장기간 심사는 신청자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영주권이 없으면 취업허가를 반복해서 연장해야 하고, 배우자와 자녀의 체류 자격도 불안정해진다. 자녀는 국제학생 등록금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가족이 장기간 떨어져 지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이 씨 역시 영주권이 나오지 않아 계속 취업허가를 갱신해야 했고, 대학에 다니는 딸은 외국인 등록금을 내야 했다. 남편은 중국에 남아 있어 가족은 수년째 생이별 상태다.

그는 "기다리는 동안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다. 이제야 조금 안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향후 다른 영주권 신청자들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최근 부모·조부모 초청이민 신규 접수 중단, 경제이민 우선순위 변경 등으로 처리 지연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법원이 행정 편의를 이유로 이민 신청자들의 권리를 무기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IRCC의 심사 방식과 장관 지시 제도에 대한 사법적 견제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며, 장기간 심사 지연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이민 신청자들에게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 등록일: 2026-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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