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캐나다가 스스로 파괴”…이민정책 또 정면 비판
“수백만명 검증 없이 받아들여” 주장에 캐나다 정부 “터무니없이 부정확”…실제 이민 급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요일 이민 정책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캐나다를 겨냥했다. (사진출처=AP 통신)
(안영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의 이민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캐나다가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과 크게 다르다며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캐나다가 지나치게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입국자들이 “사실상 아무런 검증도 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이 “곧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는 매우 나쁜 결과로 끝날 자유당의 장악”이라고 주장하며 캐나다의 이민정책을 거듭 공격했다.
하지만 캐나다 정부에 따르면 이민 신청자들은 국경·안보·정보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여러 단계의 심사를 거친다. 최근 캐나다에 유입된 이민자 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수백만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외무장관은 뉴욕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캐나다는 2024년부터 수정된 이민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임시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이민 규모를 줄여 모든 캐나다인이 이용할 수 있는 주거와 의료 등 공공서비스를 안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이민 규모는 최근 크게 축소됐다. 자유당 정부는 특히 유학생을 중심으로 임시 거주자 규모를 줄이고 있으며, 앞선 저스틴 트뤼도 정부 역시 2024년 가을 이민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의회예산처(PBO)가 연방정부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수치에 따르면 지난해 캐나다 영주권 취득자는 약 32만80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임시 거주자 증가세는 더욱 크게 꺾였다. 2023년 78만9000명까지 늘었던 임시 거주자는 지난해 순증이 아니라 오히려 38만2000명 감소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확인됐다. 캐나다의 최근 1년간 인구 증가폭은 18만9425명으로 집계돼 1944~4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간 인구 증가율은 0.5%에 그쳤다.
숀 프레이저 법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검증 없는 입국’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프레이저 장관은 “캐나다 이민 시스템을 정확하게 묘사한 것이 아니다”며 “캐나다에 입국하려는 사람들의 모든 신청서를 안보 목적으로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캐나다 내에서는 유학생에 대한 심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비슈노이(Bishnoi) 갱단 연루자로 지목된 인물들이 유학 허가를 받아 캐나다에 입국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유학생 심사 체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 관련 발언은 최근 들어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마크 카니 총리를 잇따라 공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산 칼륨 대신 벨라루스산 칼륨을 미국이 구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가 이후 발언을 사실상 철회했다. 지난주에는 카니 총리가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웃기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또 캐나다를 “끔찍한 무역 파트너”라고 비판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 경제의 주요 산업을 겨냥한 관세전쟁을 시작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첫 임기 때 체결한 북미 무역협정에 대해서도 최근에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