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를 왜 워싱턴이?”…미 재무장관 발언에 앨버타 주민들 반발
분리·미국 편입 발언에 “현실 왜곡” 지적…에너지·주권은 앨버타의 선택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21일 미국 하원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AP 통신)
(안영민 기자) 미국이 앨버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베네수엘라 지도자를 납치하고 그린란드의 소유권을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의 팀이 석유가 풍부하고 캐나다 연방 정부에 다소 불만을 품고 있는 앨버타를 탐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팀이 앨버타를 더 탐낼수록 분리주의 운동의 인기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가 앨버타의 분리 독립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자,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쾌감과 경계심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앨버타의 미래는 앨버타 주민이 결정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며, 외부 정치권의 해석과 개입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앨버타가 캐나다에 남을지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 소문이 있다”며 “차라리 미국과 자연스러운 파트너가 되는 게 낫다”고 언급한 데 대해, 다수의 앨버타 주민들은 “현실을 단순화한 발언”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특히 “캐나다 연방 정부가 태평양으로 가는 파이프라인을 막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연방 규제와 환경 논쟁은 복잡한 문제이지, 외부에서 단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앨버타 현지에서는 에너지 산업의 성장과 시장 접근성 확대에 대한 불만이 분명 존재한다. 파이프라인 지연으로 원유 수출이 제한돼 왔다는 인식도 강하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분리 독립이나 미국 편입으로 연결하는 데에는 선을 긋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주정부 측은 “대다수 주민은 캐나다를 떠나 미국의 한 주가 되는 데 관심이 없다”며 “강한 앨버타는 통합된 캐나다 안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분리 독립 운동을 주도하는 일부 단체 역시 “미국 편입은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주권과 자치 확대를 주장하지만, 최종 형태는 ‘앨버타의 독립 국가’이지 미국 합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민투표 청원을 이끄는 인사들도 “미국 정치인들이 우리의 논의를 소비하듯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앨버타 주민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이번 발언이 캐나다 내 여론을 자극해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너지와 통상 문제에서 연방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려면 내부 결속이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미국이 우리를 원한다는 식의 발언은 캐나다 다른 지역의 반감을 키울 뿐”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부 주민들은 미국과의 경제적 밀접성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다. 원유와 가스, 농산물,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최대 교역 상대다. 그러나 이는 “주권을 내주지 않고도 가능한 협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자유무역과 인프라 확충은 필요하지만, 그 해법을 워싱턴이 정해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앨버타 사회 전반에서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연방정부를 향한 압박을 강화하되, 방향과 속도는 주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분리 독립 논의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바로 미국의 정치적 해석이나 개입으로 이어지는 데 대해선 명확한 거부감이 형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