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곳 지원했지만 연락 한 통 없어”…캐나다 청년 실업률 급등 - 15~24세 실업률 14.3%...전국 실업률 6.9%, 6개월 만에 최고치 경신
“불황 아닌데 청년 고용시장 붕괴는 이례적”
지난 3월에 에드먼튼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 참석한 학생들. (사진출처=CTV News)
(안영민 기자) 캐나다 청년층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수백 곳에 이력서를 넣고도 연락 한 통 받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청년 고용시장이 사실상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세의 레자 마무디안은 지난 3개월 동안 100개가 넘는 일자리에 지원했지만 면접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CTV News와의 인터뷰에서 “단 한 곳에서도 연락이 없었다”며 “정말 좌절스럽다”고 토로했다.
마무디안은 그동안 주택 에너지 평가사로 일해왔지만, 캐나다 친환경 주택 대출 프로그램 등 정부 지원 정책이 종료되면서 일감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건설업 분야로 진출해 외벽 시공, 지붕 공사, 실내 인테리어 기술 등을 배우고 싶어 하지만 건설 경기 둔화까지 겹치며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그는 최근 페이스북과 왓츠앱 그룹에 자신의 연락처를 직접 올리며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는 “전화번호를 공개하면 각종 사기 위험도 커지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며 “특히 30세 이하 젊은층에게 현재 취업 시장은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통계청이 8일 발표한 4월 노동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5~24세 청년 실업률은 전달보다 0.5%포인트 오른 14.3%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는 캐나다에서 4월 한 달 동안 약 1만8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전국 실업률은 6.9%로 상승해 최근 6개월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 “경기침체 아닌데 청년 실업 급등…전례 없는 현상”
싱크탱크 프레이저 연구소의 필립 크로스 연구원은 현재 상황이 단순한 경기 둔화 이상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 경제가 경기침체 상황도 아닌데 청년 실업률이 이처럼 급등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캐나다 청년 노동시장에서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캐나다 청년 실업률은 최근 3년 사이 3.8%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경기침체기를 제외하면 역대 가장 큰 폭의 증가다.
크로스 연구원은 인공지능(AI) 확산만으로는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미국의 경우 AI 도입 속도가 캐나다보다 훨씬 빠르지만 청년 실업률은 약 10% 수준으로 캐나다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상황의 원인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국제학생 급증을 꼽았다. 대부분의 주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소매업과 외식업 등 일부 업종의 고용 수요가 줄었고, 동시에 국제학생 증가로 청년층이 주로 지원하는 일자리 경쟁이 급격히 심화됐다는 것이다.
그는 “공급은 급증하고 수요는 줄어드는 상황이 동시에 벌어지면 노동시장에는 매우 나쁜 결과가 나타난다”며 “지난 몇 년 동안 캐나다에서 정확히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연구는 또 실업 상태에 머무는 청년들의 기간 역시 역대 최장 수준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