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값 폭등에 캐나다 식탁물가 비상…“올겨울 더 비싸진다” - 전국 평균 리터당 2.62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
트럭 운송비 급증에 식품·생필품 가격 연쇄 상승 우려
토요일 기준 캐나다 전역의 디젤 가격은 리터당 2.62달러를 기록해 지난주 최고치인 2.52달러를 넘어섰다.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국제 분쟁 여파로 캐나다의 디젤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품과 생필품 가격에도 비상이 걸렸다. 화물트럭 운송에 의존하는 캐나다의 물류 특성상 연료비 상승이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 올겨울 생활물가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캐나다 천연자원부에 따르면 12일 기준 전국 평균 디젤 가격은 리터당 2.62달러로, 한 주 전 기록한 2.52달러를 넘어섰다. 1년 전보다 1달러 이상 높은 수준이며, 2022년 기록했던 당시 주간 최고 평균인 2.30달러도 웃돌았다. 밴쿠버에서는 리터당 2.92달러까지 치솟았다.
트럭 운송업계는 특히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상업용 대형 트럭 한 대가 매주 수백 리터의 디젤을 소비하기 때문에 연료비는 운송업체의 가장 큰 비용 가운데 하나다.
캐나다 트럭운영자협회의 테지 둘랏 정부·공공업무 담당 이사는 “결국 기업들은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며 “식료품 가격에서 그 영향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젤 가격 상승의 가장 큰 배경은 중동을 비롯한 국제 정세다. 최근 몇 주 동안 미국의 관세가 캐나다 상품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현재는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도 유가와 정제유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에너지 비용 상승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확산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디젤 공급 부족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8월 페르시아만 지역의 디젤·경유 순수출량은 전쟁 이전 수준의 약 4분의 1까지 감소했다. 세계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 이후 디젤 수출 금지 조치를 연장했다.
캐나다에서도 공급 여건이 악화됐다. 캐나다 최대 정유시설인 뉴브런즈윅주의 어빙 정유공장이 정비를 위해 11월까지 가동을 중단하면서 국내 디젤 공급에도 부담이 커졌다.
연방정부가 연료세 부담을 일부 낮추기 위한 조치를 연장한 것도 가격 급등을 완전히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당초 9월 7일 종료할 예정이었던 연방 연료소비세 한시 감면 조치를 2027년 1월까지 연장했다. 디젤에 붙는 리터당 4센트의 연방세도 감면 대상에 포함된다.
미국에서도 상황은 심각하다. 미국의 평균 디젤 가격은 지난 11일 리터당 6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분석업체 개스버디의 패트릭 드한은 높은 디젤 가격이 계속될 경우 북미 경제 전체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수개월 안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제의 조용한 킬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겨울철이다. 에너지 분석가 댄 맥티그는 디젤 가격이 역사적으로 겨울에 더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운송업뿐 아니라 항공·철도 등 모든 산업과 소비자들이 매우 비싼 겨울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식품산업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구엘프대학 아렐 식품연구소의 에번 프레이저 교수는 디젤 가격이 오르면 식품 공급망의 운송·보관·생산 과정 전반에서 비용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연료비 상승이 식료품 매장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폭염 등 기후 문제로 농산물 생산 비용과 수확량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레이저 교수는 에너지 가격과 지정학적 불안, 기후 변화가 동시에 식품 가격을 밀어 올리는 ‘perfect storm(복합적 위기)’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세계 식량 생산과 무역을 뒷받침했던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가격과 원활한 국제무역 환경이 더 이상 보장되지 않으면서 높은 식품 가격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특히 저소득층 캐나다인들이 단기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국제 분쟁으로 시작된 디젤 가격 급등이 트럭 운송비를 넘어 결국 캐나다 가정의 식료품비와 생활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