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올해 공식 경기침체 진입 전망… 트럼프발 관세 여파 직격탄 - 수출의존 경제 흔들… 실업률 7.1%·투자 위축·유가 하락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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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 기자) 캐나다의 국책 수출금융기관인 수출개발공사(EDC)가 올해 캐나다 경제가 공식적인 경기침체(recession)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세계 교역 질서를 흔들면서, 캐나다 경제가 직접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EDC는 2025년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이 0.9%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으며, 내년에도 1.0% 수준의 저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국(1.7%)과 주요 선진국 평균(1.3%)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다만 독일(0.3%)과 프랑스(0.6%)보다는 나은 편이다.
EDC는 보고서에서 “무역 긴장이 글로벌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캐나다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산 철강, 알루미늄, 구리 제품, 자동차 및 부품, 목재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미·캐나다·멕시코협정(CUSMA)을 준수하지 않는 일부 수출품에는 35% 관세를 매기고 있다. 중국도 캐나다산 카놀라·돼지고기·수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이 같은 교역 갈등으로 캐나다 내 기계·장비 투자 감소, 실업률 상승, 수출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기업들이 트럼프 관세 시행 이전에 재고를 쌓기 위해 일시적으로 수출을 늘렸지만, 그 효과는 단기적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실업률은 7.1%로 전달과 동일했으며, 올해 들어 0.5%포인트 상승해 4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12개월 새 약 15% 하락하면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캐나다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EDC는 단기적 악재뿐 아니라, 인구 증가 둔화, 생산성 저하, 가계부채 누적 등 구조적 요인이 중기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CIBC 월드마켓의 벤저민 탈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향후 3~6개월간 캐나다 경제는 매우 취약한 상태”라며 “중앙은행이 이달과 연말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기술적 경기침체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의 체력과 방향성”이라며 “내년 하반기 이전에는 뚜렷한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DC의 비관적 전망은 마크 카니 총리 정부에도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합의 체결이 시급하며, 철강·자동차·알루미늄·제재목 등 주요 산업별 부분 협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카니 정부는 4월 총선 승리 이후 구조적 개혁 중심의 장기 경제정책에 집중해왔다. 항만·철도·에너지 인프라 투자, 소득세 인하, 국방비 확충, 탄소세 소비자 부담 폐지 등이 핵심 정책이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장기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11월 초 발표될 연방 예산안에서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탈 이코노미스트는 “단기 부양과 장기 성장의 균형을 동시에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EDC 전망 외에도 TD이코노믹스, 딜로이트 캐나다, 캐피털이코노믹스, RBC, 스코샤은행, OECD 등 주요 기관들이 올해 캐나다의 성장 둔화를 경고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