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통 거물, 국내 입성 거부 - 캐나다에서 만들어 미국에서만 판매하는 트레이더 조
사진출처: 기자가 묘사하고 인공지능이 그렸음
(이은정 기자) 매주 주말이면 북위 49도선 국경 근처의 마트 주차장에는 캐나다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긴 줄을 선다. 이들은 2026년에도 여전히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미니 캔버스 토트백과 '에브리띵 벗 더 베이글' 시즈닝, 가성비 좋은 와인을 구매하기 위해 왕복 수 시간의 여정을 기꺼이 감수한다.
트레이더 조(Trader Joe's)를 향한 캐나다 소비자들의 이 뜨거운 갈망은 단순한 쇼핑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 되었다. 하지만 연방 정부의 끈질긴 구애에도 불구하고, 이 유통 공룡의 캐나다 진출 소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 우리가 만들어 수출하고 다시 사 오는 비정상적인 구조
워싱턴주 벨링햄이나 뉴욕주 버펄로의 트레이더 조 매장 진열대를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매장 물건의 약 80%를 차지하는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 상품 중 상당수가 사실상 캐나다 현지에서 위탁 생산되어 국경을 넘어간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기 품목인 메이플 크림 샌드위치 쿠키는 캐나다의 전통 있는 제과업체에서 생산된다. 불티나게 팔리는 버터 치킨 냉동식품 역시 2012년 리콜 사태 당시 제조사인 앨버타 소재 '알리야스 푸즈 리미티드(Aliya's Foods Limited)'의 제품임이 밝혀진 바 있다. 맥케인(McCain)이 가공한 직화구이 피망과 밀 크리스프 크래커 등도 마찬가지다. 캐나다산 식자재가 국경을 넘어 트레이더 조 상표를 달고 판매되면, 정작 생산지에 사는 사람들은 이를 사기 위해 다시 '역수입' 쇼핑길에 오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 4,000여 개 품목이 마주한 규제의 벽
수요가 넘쳐나고 이미 물건을 공급하는 현지 공장망까지 갖췄음에도 트레이더 조가 진출을 꺼리는 핵심 이유는 복잡한 규제와 물류 위험성이다. 과거 미국 유통사 '타깃(Target)'이 캐나다 전역에 무리하게 물류망을 구축하려다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철수한 사례는 트레이더 조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되었다.
특히 캐나다의 이중 언어(영어·프랑스어) 표기법과 미터법 표준은 거대한 장벽이다. 트레이더 조가 취급하는 4,000개가 넘는 품목의 포장을 캐나다 기준에 맞춰 전면 재설계하고 번역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초저가 가성비'를 유지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수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요소다.
▲ 유통 공룡들의 견제와 엄격한 관세 장벽
현지의 폐쇄적인 유통 구조와 농업 보호 정책도 발목을 잡는다. 캐나다 유제품 및 가금류에 부과되는 높은 수입 관세와 '공급 관리제'로 인해, 미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저렴한 가격 책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기존 캐나다 대형 유통사들이 상업용 부동산 계약 시 경쟁사 입점을 제한하는 '독점 조항'을 활용해 목 좋은 입지를 선점하고 있는 점도 신규 진입을 가로막는 철벽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매장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트레이더 조의 브랜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며 희소성을 높이고 있다. 국경을 넘어야만 만날 수 있는 이 특별한 쇼핑 경험은 당분간 여권을 챙겨 길을 떠나야만 누릴 수 있는 '원정의 즐거움'으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