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카지노, 앨버타로 확산…세부 규정·중독 대책이 관건 - 정부 “불법 시장 통제 목적”, 업계 “방문객과 고용 축소 우려”
시민 “중독·청소년 노출 가능성
사진 : 이정화 기자
(이정화 기자) 앨버타가 내년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개방형 상업 도박 시장을 연다. 올초 통과된 '아이게이밍 앨버타 법안(iGaming Alberta Act·Bill 48)'을 통해 정부가 온라인 카지노와 스포츠 베팅 허용에 나섰다. 하지만 세율과 광고 규제, 라이선스 기준 등 핵심 세부 규정은 여전히 미완성 단계다. 시장 개방을 앞둔 지역 산업과 시민들 사이에선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주정부는 연말까지 세부 기준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일부에선 세부 규정이 늦어질 경우 시장 혼선과 중독·고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오프라인 카지노가 밀집한 캘거리 지역은 변화의 영향을 적잖게 받을 전망이다.
■ 내년 상반기 시장 개시, 연 7억달러 수준 규모
앞서 앨버타 정부는 올해 6월 'Bill 48의' 주요 조항을 발효했다. 이로써 민간 사업자에게 온라인 카지노와 스포츠 베팅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이는 기존의 정부 운영 모델인 ‘플레이 앨버타(Play Alberta)’의 독점 구조를 해체하고 민간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경쟁 기반의 시장으로 전환하는 조치다.
캐나다 도박 전문 매체 커버스(Covers)에 따르면 이 법안은 6월 4일부로 일부 시행에 들어갔다. 규제·면허 발급을 담당할 앨버타 iGaming Corporation 신설 근거도 포함됐다. 정부는 세율·광고 규칙·사업자 허가 기준 등을 연내 공개하고 내년 상반기 내 시장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앨버타는 온타리오에 이어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민간 사업자 중심의 상업 도박 시장을 운영하는 주가 된다. 시장 규모는 연간 7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 정부 “불법 시장 통제 목적” vs 업계 “시장 진입 걸림돌”
이런 와중에 세부 규정의 공백은 정부와 업계, 시민단체의 시각차를 더욱 뚜렷하게 만든다.
정부는 이번 제도가 “도박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법 시장을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데일 널리(Dale Nally) 앨버타 소비자보호부 장관은 지난 6월 국제 도박 산업 전문매체 Yogonet 인터뷰에서 “규제된 환경으로 옮겨야만 소비자 보호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업계는 과도한 규제가 시장 진입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커버스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들은 “세율과 광고 제한이 온타리오보다 높게 설정되면 대형 해외 플랫폼만 시장에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 카지노 운영사들도 온라인 시장 확대가 매장 방문객 감소와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응이다.
또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온라인 접근성 확대가 중독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앨버타 중독치유협회 관계자는 CTV 보도에서 “자가 차단 기능만으로는 청소년 노출을 막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현재까지 구체화된 소비자 보호 장치는 자가 차단 제도와 연령확인 절차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규제 확정이 늦어질수록 시장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온타리오 주도 명확한 규제 체계와 광고 제한이 정착되기까지 약 1년이 걸렸다. 이처럼 제도적 기반 없이 시장이 먼저 열리면 소비자 혼란과 중독 관리 공백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캘거리의 한 시민은 “스마트폰으로도 카지노를 할 수 있다면 편리하긴 하겠지만 그만큼 유혹도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온라인 시장이 열리면 기존 카지노 일자리가 줄 수밖에 없다”면서 “캘거리에 다양한 카지노 시설이 있다는 건 도시의 매력 중 하나인데 현장 산업이 유지되면서 개방형 시장도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반면 “불법 사이트보다는 규제된 플랫폼이 나을 수도 있다”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선 필요한 변화”라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시장 개방을 앞두고 다양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제도 정비와 산업 보호, 중독 예방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면 새 산업은 또 다른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약속한 연내 규제안이 어떤 균형점을 제시할지가 향후 앨버타 iGaming 시장의 방향을 결정지을 전망이다.